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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때 가장 중요한 건 화합의 메시지 … 여야 가리지 말고 인재는 무조건 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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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 세계가 예외 없이 경제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년여간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경제 위기 극복의 파트너로 삼았다. 우리의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도 ‘탕평 인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김영삼 정부에서 일한 이원종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오바마와 사르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주류 출신인 데다 위기를 맞으니 정파를 따지지 않고 필요한 사람들을 끌어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시 상황에 준하는 위기를 맞아 국민에게 힘을 모으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고루 기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도 “이명박 정부는 인연에 얽매이는 것 같다”며 “김대중 정부에서 호남 출신 총리는 한 명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능력 위주로 탕평 인사를 하되 권한 남용은 방지하고 ▶청와대 비서실의 부처 정책 개입을 차단하며 ▶장관 및 공기업 사장들에게 인사권을 돌려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뺄셈 정치’ 대신 ‘덧셈 정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다. 고려대 임혁백(정치학) 교수는 “이명박 정부는 처음에 박근혜 전 대표와 그 측근을 배제한 데 이어 야당과 호남, 노동자를 배제했다”며 “핵심 지지층 일부를 제외하곤 모두 등을 돌렸다는 게 통계로 입증된다”고 지적했다. “외연을 넓혀야 국정 지지 기반이 넓어지고, 그 가장 중요한 방법이 탕평책”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김성호(정치학) 교수는 “이 대통령은 모든 난관과 역경을 주변의 믿을 수 있는 사람들 일부와 함께 소수파로서 돌파하는 길을 걸어왔다”며 “코너에 몰린 듯한 위기감이 있다”고 진단했다. 집권 직후 번졌던 촛불집회와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 포위된 느낌(seize mentality)이 들 것이란 설명도 했다.

김 교수는 “국민들은 이 대통령이 실용적 측면을 살려 탕평책을 써야 할 시점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탕평을 해야 한다는 당위성과 정치 역정에서 생긴 관성들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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