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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기자의 환경 이야기] 두루미 외발 취침 체온 지키기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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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해도 겨울의 진객 두루미가 찾아왔습니다. 겨울을 나기 위해 여름철 번식지인 시베리아 아무르강이나 몽골 초원을 떠나 한반도를 찾은 것입니다. 학(鶴)으로 불리기도 하는 두루미는 전 세계에 15종이 있습니다.

다른 새들은 땅 위에 웅크리고 자거나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하지만 두루미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 추운 겨울 강·호수 위에서 한 발로 서서 쉴 때가 많습니다. 워낙 평형감각이 발달해 한 발로도 쓰러지지 않습니다. 체온 손실을 막기 위해 다른 한 발을 몸에 꼭 붙입니다. 두루미는 넷째 뒷발가락이 퇴화해 나뭇가지를 붙잡을 수 없어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것도 이유입니다.

두루미는 발을 물속에 담근 채 잠을 자도 동상에 걸리지 않습니다. 발목 주변의 동맥과 정맥이 얽혀 열교환기 같은 작용을 하기 때문입니다. 발에서 차가워진 정맥피는 동맥피에 의해 데워진 다음 심장으로 들어가고, 심장에서 나온 동맥피는 적당히 차가워진 다음 발끝으로 갑니다.

국내에서 월동하는 숫자를 보면 두루미가 200~300마리, 재두루미가 400~500마리, 흑두루미는 100여 마리입니다. 재두루미·흑두루미는 대구·구미 등 낙동강 중류에서 휴식을 취한 뒤 일본 이즈미까지 가기도 합니다. 이즈미에서는 주민이 먹이를 주기 때문에 7000마리의 재두루미와 1만 마리의 흑두루미가 월동을 합니다.

이즈미 한 곳에 재두루미·흑두루미가 집중되는 것을 걱정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전염병이라도 돌면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도 시화호에서 800여 마리의 철새가 살모넬라균 때문에 죽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즈미로 몰리는 것은 국내 두루미 도래지가 개발로 훼손된 탓도 있습니다.

두루미가 찾던 김포 홍도평야는 신도시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찾는 경북 구미 해평습지도 지난 10년간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지정됐으나 올 4월 기간이 끝나면서 개발 위협에 노출돼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사랑받아 온 두루미를 후손들에게도 보여주려면 얼마 남지 않은 도래지를 잘 관리해야 하지 않을까요.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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