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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 수학천재 서울대학생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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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서울대 입시 사상 최연소 합격자가 나왔다. 1993년 8월생. 만 15세3개월의 이수홍(중앙고 2·사진)군이다. 수리과학부 수시모집 특기자 전형에 지원한 이군은 13일 학교로부터 ‘우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서울대 수시 최종 합격자는 12월에 발표하지만 탁월한 학생에 한해 우선 선발한다. 수리학부에서 우선 선발된 학생은 이군을 포함해 2명뿐이다. 이군 이전에 최연소자는 2000년 12월 국민윤리교육과에 특차 합격한 한혜민씨였다. 당시 만 15세11개월이었다. 최연소 기록을 8개월 앞당긴 것이다. 이군은 검정고시 출신이 아니다. 월반으로 정규과정을 모두 마쳤다. 초등 6년, 중학 1년, 고교는 2년을 다녔다. 특목고 출신도 아니다. 중앙중·중앙고를 나왔다.

◆끊임없는 호기심에서 출발=이군은 10세 때인 2004년 서울교대 영재교육원에 들어갔다. 최연소였다. 영재들을 지도했던 강완 서울교대 교수는 “처음 만난 4학년 때 고교 과정을 묻더니, 5학년 땐 대학 수학을, 6학년 때엔 대학원 수준의 이론을 습득했다”고 이군을 기억했다. 이군은 4·5학년 때 영재올림피아드를 2연패했다. 6학년 때는 중등 수학 대회에서 금상을, 중1 때는 고교 대회에서 금상을 탔다. 13세 때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대표에 발탁됐다. 지난해 은메달을, 올해는 금메달을 땄다. 모두 최연소다.

이군에겐 특별한 ‘학습 비법’이 없다. 탁월한 자기 학습 능력을 바탕으로 독서와 웹서핑을 통해 지식을 습득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이군은 『암호의 해석』이라는 책을 읽었다. 호기심이 발동한 이군은 웹서핑을 통해 암호 생성에 대해 독학했다. 그 과정에서 ‘소수의 조합을 통해 만들어진 암호’를 발견했다. 그래서 이군은 소수론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초등 5학년 때 이미 미국 교수가 쓴 원서 『프라임 넘버(소수)』를 독파했다. 소수론을 포함하는 정수론도 공부했다. 해석적 정수론에 접근하기 위해 미적분학을 독학했다. 끊임없는 ‘호기심과 그것의 충족’이 이군의 학습 방법이다. 강 교수는 “일반적인 영재들의 수학 능력이 ‘재롱’이라면, 수홍이의 능력은 ‘학문적 재능’”이라고 설명했다.

◆쇼팽을 꿈꾸던 아이=이군은 쇼팽을 꿈꿨다. 걸음마를 배우면서 장난감 악기로 만화 주제가를 연주했다. 부모는 이군을 6살 때 피아노 학원에 보냈다. 아이는 바이엘과 체르니를 익힌 뒤 자기 스스로 변주해서 연주했다. 요즘엔 드뷔시의 ‘아라베스크’를 즐겨 연주한다. 장 시벨리우스 같은 클래식 작곡가도 좋아하지만, 록그룹 린킨파크도 즐긴다.

그런데, 왜 피아노가 아니고 수학을 택했을까.

“수학 아이디어는 공책에 적을 필요성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음악은 무언가 떠오르면 적어야 하잖아요.”

이군이 말한 두 재능의 ‘차이’다.

◆다양한 경험하고 싶어=이군을 자극하는 인물은 중국계 호주 수학자 테렌스 타오(33)다. 타오는 13세 때 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메달을 따고, 31세 때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 메달을 수상했다. 이군은 “그의 놀라운 욕심과 몰입에 반했다”고 했다.

하지만 목표가 타오는 아니다. 이군은 다양한 방면에서 공부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바우돌리노』를 탐닉한다. CEO들의 자서전도 인상 깊게 읽었다. “다이내믹하게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리더의 모습에 감명을 받았다”는 게 이유다.

이군과 어머니 허종숙(46)씨에게 “왜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를, 유학이 아닌 서울대를 선택했느냐”고 물었다. 이군은 “공부만 하는 이미지는 싫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친구가 되는 건 큰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단계가 있다면 밟는 게 순리라고 애 아빠와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수없이 유학 권유를 받았지만, 월반은 하되 정규 과정을 밟게 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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