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승용차판매사업 진출 채비-전국 2천4백개 점포網활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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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농협이 전국을 망라하는 거대한 조직을 이용해 승용차 판매사업에 뛰어들 채비를 갖추고 있다.5년전부터 자동차 메이커들로부터트럭.사무용 승용차를 공급받아 연간 1백48억원어치(95년기준)를 판매하고 있던 것을 차제에 아예 승용차 판 매사업으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협은 지난해 12월 국내 최대의 메이커인 현대자동차와 구체적인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서 농협은“기존 대리점보다 4% 싸게 승용차를 공급해 줄 것”을 현대에 요구했다.
현대로서는 농협의 막강한 바잉파워를 감안해 이를 받아들이고 싶었으나 걸림돌로 우려됐던 것이 기존 지방 대리점들의 반발이었다. 현대 관계자는“농협이 조합원에 한정해 승용차를 판매한다고는 하지만 보통 한대에 20만~40만원정도 싸게 팔 경우 기존대리점들은 영업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타격을 받을게 뻔하다”고말했다. 그러나 농협은.싫으면 그만두라'는듯 여유만만한 태도다.내년부터 삼성자동차가 등장하면 업체간 판촉전이 더욱 가열되고그렇게 되면 좀 더 유리한 조건에서.협상'에 임할수 있게 된다는 계산이다.
농협 관계자는“자동차회사들이 기껏해야 1천개의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것에 견주어 볼때 앞으로는 국내최대의 농협 판매망(전국 2천4백개 점포망)을 잡느냐 못잡느냐가 영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농협의 막강 파워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곳은 비단 자동차뿐이 아니다.
농협은 그간 개별 매장 임의의 구매방식을 바꿔 지난해말부터 경기지역의 40개 매장이 공동구매에 나서 각종 공산품을 이전보다 평균 5%정도나 싼값에 구입하고 있다.
예컨대 농협은 애경산업의 5㎏짜리 스파크세제를 6천2백15원에 구매하던 것을 공동구매이후 10%나 낮은 5천5백94원으로끌어내려 웬만한 대형할인점 구입가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고 있다.
애경뿐만 아니라 제일제당,오뚜기식품,미원등 다른 업체들도 겉으로는 물류비지원 명목으로.울며겨자먹기식 공급가 인하'를 단행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앞으로는 농협에 대해 공급가를 다른 유통업체 납품가격보다 더욱 싸게 해 줄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생각이다.
오는 8월부터 경기.강원.충청지역의 1천개 점포에서 판매시점정보관리시스템(POS)을 통해 판매상황을 중앙회 물류사업본부에보고하면 각 점포의 적정재고량 차이 만큼 공동구매후 일괄 배송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농협은 내년 상반기에 전국의 2천4백개 점포를 우선 하나의 공동구매단위로 묶어 국내최대의 유통업체로 대변신을 모색하겠다는전략이다.
이미 고개숙이기 시작한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백화점등 기존 유통업체들도 농협의 행보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존 유통업체들은 농협슈퍼 등이 인근에 새로 들어서기만 하면백화점의 경우 식품매장 매출이 보통 15%이상 줄어든다는 호소다.더구나 식품외에 의류매장에도 타격을 줘 30%이상의 매출감소로 이어진다는 내부 분석이다.
〈김시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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