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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땐 경쟁자 줄어 오히려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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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일류 기업에 불황은 오히려 기회다. 내실 있는 기업만 살아남아 경쟁자가 확 줄기 때문이다.”

세계 1위 정보 인프라 업체인 EMC의 빌 튜버(56·사진) 부회장이 최근 방한해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는 “EMC야말로 10년간 지옥과 천당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우리 사례가 한국 업계에 위기극복의 모델이 될 수 있길 기대한다”는 말도 했다.

-2002년 EMC는 주가가 90% 폭락하는 위기를 맞았다.

“우리 회사는 1990~99년 뉴욕 증시 주가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정보기술(IT) 산업의 거품이 꺼지면서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피 말리는 인력 구조조정과 종이 한 장도 허투루 쓰지 않는 비용 절감으로 재기했다. 무엇보다 스토리지(저장장치) 일변도의 사업구조를 보안·데이터관리 등의 분야로 확장해 시장변화에 대처한 것이 주효했다. 그 덕분에 2001년에 5억 달러이던 순손실이 2년 뒤인 2003년엔 5억 달러 순이익으로 바뀌었다. 우리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32억3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9% 성장했다.”

-일류기업과 단순한 1등 기업의 차이는 연구개발(R&D) 투자에 있다고 했는데.

“배가 고프다고 이듬해 파종할 씨앗을 먹어버리면 미래는 없다. EMC는 문 닫을 위기상황에서도 R&D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 또 사업 다변화를 위해 우수기술 벤처업체를 과감히 인수했다. 2002년 이후에만 86억 달러를 투자해 30개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했다. R&D에는 40억 달러를 투자했다.”

-불황으로 기업들의 IT 인프라 투자가 줄어들 가능성이 큰데.

“경제가 어렵다고 정보마저 줄어드는 건 아니다. 우수한 최고경영자(CEO)라면 불황일수록 효율적인 IT 투자로 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잘 안다. 한국만 해도 지난해 국민 1인당 평균 92기가바이트의 디지털 정보를 생산·유통시켰다. 이는 세계 평균치(46기가바이트)의 두 배다. 연내 한국의 디지털 정보량은 컴퓨터 저장장치 용량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서버 활용도를 높이는 첨단기술 개발로 정보량이 서버 용량을 초과하는 이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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