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노동계 파업 사태 대안없어 고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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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신한국당 이홍구(李洪九.사진)대표의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졌다.평상시와 달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李대표는 내내 심각하고 무거운 표정이었다.李대표만 그런게 아니다.정치권을 강타한노동계 파업사태는 연말 노동법 처리의 당사자인 여당으로부터 웃음을 앗아갔다.
당초 신한국당은 파업사태에 대해.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들 것'이라는 낙관론을 공공연히 폈다.
그러나 사태가 심상찮은 국면에 접어들면서 신한국당은 뒤늦게 표정을 굳히고 대책 마련에 나서기 시작했다.9일오후 李대표가 한국노총을 찾아간 것을 시발로 10일에는 이례적으로 노동계에 TV토론도 제의했다.
강삼재(姜三載)사무총장은“13일부터 우리 당은 노동법의 취지를 국민들에게 알리는 총력 홍보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기류 변화는.당이 뒷짐만 지고있다'는 여론의 비난과 파업 확산이 겹치면서 여권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문제는 기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뒷받침할 묘안이 없다는 점이다.당은 이날.노동관계법 홍보'.파업현장 방문을통한 대화'.법적 보완장치 마련'이라는 3가지 대책을 마련했다. 반면 법안 무효화를 요구하는 야권과 노동계는.언 발에 오줌누기'수준이라는 반응이다.특히 정부가 불법파업에 대한 강경대응방침을 밝힌 터라 공권력 투입에 대한 노동계의 의심으로 설득작업이 얼마나 통할지 의문이다.
이런데다 여야간 대화 채널은 끊긴채 국회도 공전상태다.때문에“사태가 너무 꼬여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걱정”(朴範珍총재비서실장)이라는 말에서 보듯 노동법 해법은 쉽게 풀릴 기미가 안보인다.위기에 처한 신한국당의 모습은 이날 李대표의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대로 투영됐다.
-공권력 투입을 않겠다는게 당의 방침인가.
“정부도 자제하고 있지 않은가.대화하기를 바라는데 모든 것이한쪽에 쏠려있어 긴장상태다.노동계와 얘기해 보니 많은 오해가 있었다.그래서 노조쪽과 우리가 공개적으로 TV를 통해 토론하기바란다.” -대표가 직접 출연할 것인가.
“내가 출연해 도움이 된다면 나가겠다.” -여야 영수회담은 왜 피하나.
“내가 대답할 사안이 아니다.대화는 좋다.그러나 야당도 무엇을 논의하자는 것인지 내용이 있어야 한다.” -노동법 재개정 의사는.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그러나 일부 조항에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이 문제인지는 논의할 수 있다.” -근로자 불안무마를 위한 후속대책은.
“무엇보다 대량실업 사태를 예방해야 한다.근로자의 생활.고용안정을 위한 특별법 제정도 실업문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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