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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하스 최전선 … CEO에게 듣는다 ① 일동후디스 이금기 대표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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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양유는 소비자의 입소문만으로 90%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제품에 담긴 자신의 품질 경영 철학을 설명하고 있는 이 대표. [조인스닷컴 제공]

올 한 해처럼 먹거리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증폭된 해가 있을까. 광우병 사태로 온 나라가 들썩이더니 이물질 논란이 불거졌고, 여기에 중국발 멜라민 공포가 식품시장을 덮쳤다. 국내 유아식업계도 예외 없이 된서리를 맞았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소비자의 안목은 높아지고, 기업은 안전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됐다. 일동후디스는 유아식 업계에선 3위. 하지만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에선 국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업계 최초의 로하스 인증(한국표준협회), 식품안전경영대상(한국능률협회), 친환경기업 대상, 여성소비자가 뽑은 베스트기업 대상 6회 연속 수상 등이 이를 보여준다. 이금기 대표이사(사진)를 만나 그가 고집하는 품질 경영론을 들어봤다.

-대부분의 우유회사들이 초고온 살균처리를 하는 데 저온살균을 고집하는 이유는.

“저온장시간살균법(파스퇴라이제이션)은 62∼65도에서 30분 가열하는 방식이다. 고온 단기간 살균법(72∼75도에서 15∼16초)이나 초고온 처리법(130∼150도에서 0.5∼2초)에 비해 영양(유청단백질 변성) 손실이 적고, 유익균이나 효소·비타민의 파괴를 최소화한다. 한국인에게 부족한 칼슘 흡수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업체 입장에선 고온살균법이 유리하다. 공정이 편리하고, 멸균이 잘돼 장기간 유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저온살균법과 고온 단시간 살균법을 권장한다.”

-저온살균을 하면 위생에 문제가 있지는 않나.

“유통기간이 짧고, 생산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이 정도 온도면 결핵·디프테리아균 등 모든 세균은 사멸된다. 우리는 위생을 강화하기 위해 원유단계부터 관리한다. 강원도에서 인정한 청정농장에서 3년 이상 질병 없는 젖소의 원유 1A등급(10㎥당 세균수 3만 이하)보다 10배 더 강화된 원유(3000마리 이하)를 사용한다.”

-맛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는데.

“우유의 구수한 맛은 이른바 고온에 노출된 우유에서 나는 가열취다. 반면 저온살균에 의한 우유는 맛이 맑다. 이를 싱겁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후디스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특허를 출원한 DT공법으로 제조한다. 우유에 함유된 산소에 의해 산화되지 않도록 두 번 더 산소를 제거하는 탈취공법을 거친다. 맛이 깨끗하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 초유 바람을 일으켰다. 어떤 영양학적 가치가 있나.

“초유에는 면역성분과 성장인자가 풍부하게 들어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젖소 초유에 사람 초유보다 면역글로불린 IgG가 훨씬 많이 들어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소는 사람과 달리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태어나 초유를 먹지 못하면 80%가 죽는다. 이밖에도 상피세포 성장인자(EGF), 인슐린 유사성장인자(IGF), 형질전환 성장인자(TGF) 등 세포의 회복과 성장을 촉진하는 인자들이 무수히 많다. 보통 초유는 출산 후 72시간 이내에 나오는 젖을 말하는데 우리는 48시간 이내의 것을 쓴다. 시간이 지날수록 면역물질과 성장인자가 급격히 줄기 때문이다.”

-출산하는 소에서 잠시 나오는 것이라 양에 제한이 있지 않나.

“뉴질랜드에서 고농축된 유효성분을 수입해 우유·유제품 등에 섞는다. 초유의 효능은 저온살균에서만 유지된다는 점도 우리만의 강점이다.”

-2003년 도입한 산양유는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산양유아식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모두 입소문 덕이다. 흥미로운 것은 산양유가 사람의 젖과 비슷하거나 독특한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모유처럼 α-s1 카제인이 거의 없어 소화가 잘되고, β-락토글로블린 함량이 적어 알레르기가 발생할 염려가 적다. 지방입자도 우유의 20분의 1에 불과해 소화흡수가 잘된다. 위장기능이 미숙하고, 아토피가 우려되는 아이에게 권장되는 이유다.”

-초유의 함량 문제, 멜라민 검출, 유전자변형식품(GMO) 시비 등 유아식 업계도 어려운 고비가 많았다. 일동후디스의 식품안전을 위한 노력은.

“친환경 기업으로 유아식을 만들어 왔다고 자부한다. 후발업체들이 초유의 함량을 속여 우리 제품까지 의심을 받았다. 멜라민과 GMO 역시 우리 회사와 무관했지만 전체 시장이 무너져 덩달아 힘들었다. 하지만 이런 사건이 터지면 업계의 안전의식과 노력은 한 차례 더 성숙한다. 우리는 올해 ‘GMO-FREE’ 선언을 통해 소비자의 작은 걱정도 덜려고 한다. 이미 이유식 전 제품의 옥수수 전분당을 쌀 전분당으로 교체했다.”

고종관 기자

이금기 대표이사는

이금기(75) 대표는 국내 최장 전문경영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1984년 일동제약 대표이사를 시작했으니 CEO만 24년째. 오너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59년 서울대 약대를 졸업하고, 60년 일동제약에 입사, 3년 만에 아로나민을 개발해 국내 최고 브랜드의 영양제를 탄생시켰다. 96년엔 업계 최하위인 남양산업을 인수, 뒤늦게 유아식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친환경 식품 전문기업을 표방하며 무섭게 성장, 초기 98억원(시장점유율 3%)의 매출액을 1000억원(시장점유율 23%)으로 성장시켰다. 일동후디스 경영만 맡았던 88년 일동제약이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다시 대표이사로 복귀해 2년 만에 졸업시키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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