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대통령 회견후 더 얼어붙은 政局-대화 모두 차단 與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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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연두회견을 계기로 정국경색이 심화되고있다. 야권은 8일“대화의 가능성이 모두 차단됐다”며 적극공세로의 태도 급선회를 결의했다.영수회담과 노동관계법 재개정의 잇따른 거부에 대한 강력한 반발이다.
金대통령과 김대중(金大中).김종필(金鍾泌)두 야당총재간 감정의 골도 더욱 깊어지게 됐다.
회견 당일 무반응으로 일관했던 국민회의 김대중총재는 8일 회견의 핵(核)인 금융개혁위 설치에 대해“앞뒤가 맞지 않는다”며언짢은 감정을 나타냈다.“금융기관 경쟁력 강화는 자율에 의해 이뤄져야지 정부가 나서서 재편을 시도하는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당이 계획한 10일의 이수성(李壽成)총리 항의방문에“부총재단이 모두 참석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14일로 예정된 회견에서 김대중총재는 金대통령이 간과한 경제문제등 민생현안에 대한 대안과 입장을 밝혀 수권정당으로서의 역량을 보일 것이라고 참모들은 밝히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총재는 7일 측근들에게“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현실감각은 얼토당토 않은 것”이라며“그런 장밋빛 생각으로 나라를운영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필총재는 9일 예정된 연두회견의 연설문분량을 당초 7분에서 10분으로 늘렸다.金대통령 회견에 대한 문제점 지적을 추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한 측근은“경제분야에 절반이상의 비중을 두고 긴축재정을 통한여유자금을 중소기업 살리기에 사용하는등의 대안까지 제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양당은 이날 아침 각각 새해들어 첫 당무회의를 열고 대통령의회견내용에 대해“오만하고 무지했다”고 일제히 성토했다.미온적인태도를 버리고 강경대응을 취하자는 의견 일색이었다.공조를 통한연합투쟁도 강조됐다.
국민회의 이상수(李相洙).이협(李協).조홍규(趙洪奎).정희경(鄭喜卿)의원등은“자민련과 합동의총을 열어 시한부 농성도 다시벌이며 본격 장외투쟁을 서두르자”고 했다.“정치적 대위기를 맞아 양당 공동위가 결정한 17일의 시국토론회까지 팔짱만 끼고 가만 있을 수 없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자민련 김용환(金龍煥)총장도“정부의 경제실정과 영수회담 거부의 부당성,노동관계법 날치기의 허구성을 알리는데 온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신한국당은 김철(金哲)대변인을 통해“정치적 입지가 어렵다고 장내외 투쟁을 선동해선 안될 것”이라고 논평했다.한랭전선이 얼마간 지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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