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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오바마·힐러리계 아직 있나 … 한나라 계파정치도 팽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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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때 한나라당 내에선 정몽준(얼굴)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상당히 알아듣기 쉬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입당 한 지 1년 만의 변화다. 그와 당이 서로 코드를 맞추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다음 달 3일이면 입당 첫돌을 맞는 정 최고위원이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그러곤 1년에 대해 “제 자신이 많은 걸을 배우는 기회”라고 소회했다. “한나라당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돼 여러 가지로 조심스럽다”면서도 당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선 당내 계파 갈등을 거론했다. 그는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을 버락 오바마 당선인과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했는데 아직도 오바마계, 힐러리계 이런 게 있는지 알아볼까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다음 달 1일 미국 민주당 인사들과의 인맥 구축을 위해 방미를 앞두고 있다. 당 안팎에서 그는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된다. 그런데도 당내 ‘친이-친박’ 대립 구도 속에 모호한 존재로 비치는 데 대한 불편함과 부담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주변에서 나왔다.

연말 개각론에 대해선 “미국 같은 4년 중임제 대통령제하에서도 오바마 당선인이 초당적 정치 행보를 한다”며 “우리처럼 5년 단임제는 정치문화가 더욱 초당적으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재오 전 의원 복귀설을 둘러싼 당내 논란에 대해서도 “요즘 ‘토사구팽(兎死狗烹)’ 얘기가 들리는데 이는 특정 정치인이 아닌 당의 낡은 시스템에 대한 얘기였으면 한다”며 “지역주의나 계파정치가 ‘팽’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방미 중 이 전 의원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는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근 당내에선 미국에서 연수 중인 이재오 전 의원의 복귀를 둘러싸고 ‘사냥개’론이 등장하며 논란이 일었다. 권영세 의원이 “지금은 사냥이 끝났고, 사냥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당 화합이 필요한 시기”라고 부정적 입장을 밝히자 이재오계인 공성진 최고위원은 “아직 사냥이 끝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헌법재판소가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부분 위헌(일부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그는 “헌재가 위헌 심사한 안건이 600여 건이라는데 그 많은 법안을 우리 정치인들이 만들었다는 데 자괴감이 든다”며 “누가 얼마 환급받느냐도 중요하지만 정치인들이 헌법을 어겼다는 걸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은 당내 논의 기구를 내실화해야 한다는 그간의 입장도 반복했다. 그는 “요식적인 최고위원회의를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후에 열어 충분한 현안 논의를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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