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약초 찾아 30년간 방방곡곡 누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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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평생을 전국 방방곡곡 산야를 뒤지며 숨겨진 약초를 찾아 이를 채집·기록한 사람이 있다.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강병수(사진) 명예교수. 본초학 교수로서 그의 약초 탐사는 벌써 30년이 넘었다. 약초를 찾는 일이라면 중국은 물론 베트남·인도네시아·일본 등 동남아시아 출장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가 『원색 漢藥圖鑑(한약도감)』을 펴냈으니 범상치 않다.

“20만여 장의 사진을 1만 장으로 추리고 다시 3600여 장을 엄선했습니다. 실용적인 면뿐 아니라 예술성·입체감까지 고려했지요. 표지만 열네 번을 바꿨으니 출판사도 고충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약재 탐사에 쏟은 열정에 비하면 이 정도의 진통은 별게 아니다.

“미친 짓이지요. 중국만 50여 회 다녔고, 약초가 있는 곳이라면 산간이든 섬이든 자비로 달려갔으니…강남의 집 한 채 값은 족히 내다 버렸어요. 아내가 약사를 하며 뒷바라지를 했으니 다행이지요.”

책을 펴면 땀으로 얼룩진 그의 치밀한 행적이 그대로 드러난다. 약초가 자라는 과정을 계절별로 보여주고, 잎·꽃·뿌리는 물론 건재에서 상품화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심지어 가짜와 진짜, 중국산과 한국산, 약용 불가인 변종 식물도 사진으로 볼 수 있다.

그는 약초 탐사 과정에서 사진 전문가가 됐다. 3대의 라이카 사진기와 여러 대의 디지털 카메라를 버렸단다.

“때론 가깝게 지내는 사진작가와 식물학자·재배전문가와 동행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레 이들의 전문성을 배우지요.”

이 책을 식물도감쯤으로 생각하면 호된 꾸지람이 올 법하다. 책 이름 그대로 한의사와 한약을 다루는 사람들을 위한 정통 한약도감이다. 지금까지 중국 책을 보며 공부한 한의학도들은 이제 우리 학자가 만든 제대로 된 본초학 교과서를 갖게 된 셈이다. 약재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짧지만 한 글자도 버릴 것이 없이 튼실하다. 약의 기원, 채집 시기, 품질, 수치(가공 과정), 기미와 귀경(맛과 성질), 임상 응용에 금기까지 적혀 있다.

“약재가 한약으로 쓰이려면 품질·수치·배합·분량이라는 네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책의 어느 페이지를 열더라도 그의 본초학에 대한 철학이 배어 있음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는 한의학을 위한 고언도 서슴지 않는다. 한약재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과 방치가 한방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

“과거 중국은 전 세계에 한약재를 원형 상태로 수출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약재를 가공해 내다 파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값싸게 원자재를 공급받는 우리 한방계는 치명타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은 이미 지혈과 타박상에 쓰이는 삼칠근 한 가지 약재로만 가루약과 주사제 등으로 가공해 매년 600억원의 수입을 올린다는 것.

‘한(漢)의학’을 도외시하고 ‘한(韓)의학’만을 고집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리나라 한약재는 4500여 종이지만 중국은 6만여 종이나 됩니다. 이젠 동남아권이 서로 지식과 자원을 공유하고, 약재에 대한 성분 검사와 독성 검사 등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글=고종관 기자, 사진=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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