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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로산다>스피커 외길인생 보스회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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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에이머 보스 회장.올해 67세의 미국 MIT 노교수인 그는 세계 최대 스피커 메이커인 보스사의 최고경영인이다.소비자 전자산업의 전통적 통념에 도전,인간의 귓속에 음향의 세계를 재현시킨 기술자 창업가다.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연구개 발을 통한 끝없는 도전과 탁월한 아이디어로 스피커 제조사를 창업,보스를 세계 스피커 시장의 25%를 장악하는 최대 기업으로 일궈냈다.
필라델피아의 한 가난한 인도출신 이민가정에서 자란 그는 14세에 라디오 수선사업에 손을 대 가계를 꾸려나갈 정도의 수완을보여줬다.
MIT에 진학한 그는 56년에 수학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나 우연한 기회에 스피커업계에 뛰 어들게 된다.당시 연구프로젝트를 마치고 받은 사례로 구입한 스테레오시스템의 스피커가멋진 겉모습과는 달리 실제 소리가 형편없음에 실망,직접 스피커만들기에 나섰다.
고심끝에 그는 해결책이 스피커가 향하고 있는 방향에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콘서트홀에서 음향은 악기로부터 바깥쪽을 향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벽에 부딪친 음향은 다시 여러 갈래로 청중에게 반사된다.그러나 홈 스테레오 스피커는 단지 앞 쪽으로만 맞춰져 있어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64년 보스사를 설립한 그는 4년후 마침내 최초의 성공을 가져다준 스피커인 901모델을 선보였다.음향의 반사원리에 바탕을둔 이 스피커는 음향이 벽과 천장에 부딪쳐 되받아 나오게 함으로써 이를 듣는 사람들에게 서라운드 효과를 주었 다.또 68년에는.반사음향'을 이용,가정용 스피커 시스템에 최초로 콘서트홀수준의 음질을 만들어낸.반사음향'의 선구자가 됐다.
이후 혁신적인 제품이 꼬리를 물고 개발됐다.그 중의 하나는 이미 다수의 경쟁사가 모방하고 있는.3웨이 스피커 시스템'이다.이것은 풍부한 베이스음을 내기 위한 여행용 가방 크기의 서브우퍼(저음역용 확성기)와 한쌍의 소형 큐브(6면 체)스피커로 이뤄져 있다.다른 경쟁사가 비슷한 제품을 개발하기는 했으나 보스는 큐브 스피커의 크기를 줄여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냈다.최근보스사가 선보인 2천5백달러짜리.라이프스타일 20 뮤직 시스템'에 부속된 큐브 스피커 크기는 머 그잔 정도다.
보스사는 또 9년여의 연구개발을 거쳐 잡음을 제거한,마이크가달린 헤드폰을 시장에 내놓았다.이 제품은 전자장치로 저주파를 감지해 잡음을 제거하도록 혁신적으로 설계돼 현재 비행사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93년에는 플라스틱 튜브를 끼워넣어 저음 공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 스피커가 내장된 라디오를 내놓았다..웨이브 라디오'라명명된 이 제품은 3백49달러라는 비교적 높은 가격에 우편 주문으로만 판매했음에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연간 20만대라는 기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이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종업원수 3천5백여명의 보스사는매출 7억달러 이상의 세계 스피커업계 정상에 섰다.제2위 업체는 JBL과 하만.카돈.인피니티등을 생산하는 하만 인터내셔널이다.일본 전자업체들은 붐박스용 소형 스피커 시장 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고음질 스피커는 단연 미국기업들이다.
보스 회장의 성공비결은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을 보장해주는 신뢰가 첫째다.그는 또 봉급만 가져가고 남는 모든 이익은 연구개발 투자에 쏟아붓기로 유명하다.
보스 본사 유리 건물은 보스턴 근교 한 산중턱에 50 높이로우뚝 솟아있다.엔지니어로서의 긍지와 산학(産學) 특유의 접목으로 그는.산상으로부터의 음악'을 세계에 선사하고 있다.

<유권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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