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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마와 떠나는 실크로드 음악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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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동서양을 잇는 음악의 징검다리다. 2002년 뉴욕 카네기홀에서 페르시아 현악기(케만케)와 관악기(네이)와 호흡을 맞춘 첼리스트 요요마(左).

파리 태생의 중국계 이민 2세로 일곱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줄리어드 음대에서 수학한 첼리스트 요요마(49). 50여장의 음반을 낼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에게도 마음 한 구석엔 남모르는 고민이 있다. 어딜 가나'이방인'처럼 느껴지는 외로움 때문이다. 철저히 서양식 교육을 받았지만 몸 속에 흐르는 중국인의 피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면서도 일찍부터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민속음악에 관심을 보여온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요요마가 오는 6월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을 한다. 이번엔 독주나 협연이 아니라 '실크로드에서 만난 음악친구들'과 함께 하는 실내악 무대다. 그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실크로드 앙상블의 첫 내한공연이다. 한국.중국.아제르바이잔.아르메니아.루마니아.터키 등 비단길 국가의 작곡가들에게 위촉한 작품과 현대적 감각으로 편곡한 민속음악을 들려준다.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위촉으로 완성해 2001년 8월 프랑스 남부 빌크로즈 음악제에서 초연된 한국 작곡가의 작품은 김지영(金志映.36)의 '밀회(密會)'와 강준일(60.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의'해맞이굿'등 2곡. 그중 '밀회'가 이번 공연에서 국내 첫 선을 보인다.

연세대 작곡과·인디애나 음대 대학원을 거쳐 예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김씨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12인조 아카펠라 중창단인 샨티클레어 앙상블의 상주(常住)작곡가로 활동 중이다.

'밀회'는 가야금 병창과 오보에.첼로를 위한 3중주다. 송강(松江)정철(1536~93)과 기생 진옥(眞玉)이 주고 받은 시조'옥이 옥이라거늘…'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다. 여기서 첼로는 정철, 가야금은 진옥을 상징하고 오보에는 이 둘을 엮어주는 매개 역할을 한다.

작곡자 김씨는 "정철과 진옥의 '밀회'에 빗대어 서양(첼로)과 동양(가야금)의 음악적 만남을 시도했다"며 "살풀이.엇모리.동살풀이 등 다채로운 전통 장단을 녹여냈다"고 밝혔다.

2001년 8월 빌크로즈 음악제 초연에 이어 도쿄.샌프란시스코.시카고.쾰른 등지에서 이 작품을 줄곧 연주해온 김지현(30)씨는 박귀희.안숙선 명창에게 가야금 병창을 배웠고 안산시립국악단 수석주자를 지냈다. 그는 이 곡에 대해"한국의 전통 가락을 현대적 감각을 살려 재현한 곡"이라며"가야금 연주와 함께 구음(口音)을 곁들였다"고 소개했다.

이밖에도 쓰촨성 태생의 중국 작곡가 지아다쿤(49.상하이음악원 교수)의 성(笙)과 비파.첼로.바이올린.타악기를 위한'사막의 경치',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프란기즈 알리자데(57)의 현악 4중주를 위한 '무감-사야이'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이번 공연은 서양악기와 국악기의 만남을 최대 화두로 삼고 있는 국내 작곡계에도 신선한 자극과 방법론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한계 상황에 부닥친 서양음악 작곡가들에게 실크로드는 새로운 영감의 원천이다.

첼리스트 요요마는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을 직접 짰다. 또 가야금 병창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해 실크로드 앙상블을 이끌어간다. 중앙아시아 민속음악에 기초를 둔 작품에선 바로크 시대의 첼로 주법을 동원해가며 동서양 악기의 자연스런 만남과 어울림을 시도한다. 실크로드 프로젝트는 단순한 음악의'퓨전'이 아니다. 전쟁의 상처로 얼룩진 세계에 음악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02-720-3933.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실크로드 프로젝트=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첼리스트 요요마가 1998년에 창설한 비영리 예술단체. 현지 조사와 연구 작업을 토대로 박물관.음악가.작곡가 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로 발전됐다. 동.서양 문화교류의 산실이었던 비단길의 음악적 전통을 새로운 창작의 영감으로 되살려 공연과 음반 작업은 물론 교육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 위한 글로벌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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