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재 오닐 “바로크로 돌아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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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30)은 대표적인 ‘스타 연주자’다. 그가 속한 실내악 팀 ‘디토’는 올해 상반기 주요 공연장에서 티켓 판매율 1위를 기록했다.<중앙일보 7월3일자 18면>이런 오닐이 ‘17세기’를 꺼내들었다. 자신의 악기에서 금속 현을 빼고 양의 창자로 만든 ‘거트(gut) 현’을 끼워넣었다. 또 현대의 직선 활 대신 부드러운 포물선 모양의 바로크 활을 썼다. 게오르그 필립 텔레만(1681~1767), 요한 파헬벨(1653~1706) 등 17세기 바로크 작곡가를 연주하기 위해서다. 바로크 시대의 악기를 재현해 이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한 앨범 ‘미스테리오소(Mysterioso)’가 다음달 출시된다.


◆‘바로크 트렌드’=바로크 음악은 자극적이지 않다. 당시에는 악기의 음량과 공연장 규모가 훨씬 작았다. 음악 작품 또한 감정 변화의 폭이 적고, 소리는 가볍다. 오닐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현을 짚은 왼손을 떨어서 내는) 비브라토로 음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없었다. 특유의 찰랑찰랑한 느낌을 내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젊은 연주자들의 ‘혈기’를 담아내기에 바로크 음악은 소박한 그릇이다.

하지만 최근 사라장(28·바이올린), 장한나(26·첼로), 임동혁(24·피아노) 등 젊은 스타 연주자들이 잇달아 바로크를 선택하고 있다. 사라장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의 ‘사계’를 녹음한 후 지난해부터 세계 무대에서 연주하고 있으며 장한나는 비발디의 첼로 협주곡 7곡을 발굴해 이달 초 한국에서 연주했다. 임동혁 또한 올해 초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앨범을 내고 국내 순회 연주를 열었다. 모두에게 첫 바로크 녹음이다.

◆왜 돌아가나=“진짜 바로크 시대의 형태로 보전된 비올라는 전 세계에 7대밖에 없다고 해요. 그만큼 바로크 시대가 ‘미개척지’라는 것을 알 수 있죠.” 오닐은 젊은 연주자들이 바로크로 돌아가는 이유에 대해 “탐험해보지 않은 곳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답했다.

100여명의 현대 오케스트라와 연주했던 그에게 5~6명의 연주자와 함께 하는 바로크 음악은 ‘새로운 영역’이었다. 그는 소리를 내는 방법은 물론 리듬을 해석하는 방식까지 다른 바로크 스타일을 공부하기 위해 1년을 투자했다. 세계적인 고음악 연주단체인 독일의 ‘알테 무지크 쾰른’와 많은 의견 교환을 했다고 한다. 이번 녹음 또한 이 단체와 함께했다. “거트 현을 처음 다루다 보니 녹음 도중 끊어지는 일도 다반사였어요. 이건 비올라가 아닌 다른 악기라는 기분이 들 정도였죠.”


◆“바로크는 자유”=젊은 연주자들의 바로크 연주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사라장은 특유의 날카롭고 힘 넘치는 비발디 연주로 한 영국 언론으로부터 ‘람보’라는 비판까지 들어야했다. 장한나는 이달 7일·9일의 비발디 연주에서 악보에 얽매이지 않고 활대로 현을 치는 등 특이한 연주법을 도입해 화제가 됐다. ‘바로크 유행’에 대해 음악 칼럼니스트 최은규씨는 “바로크 음악에는 젊은 연주자들의 참신성이 발휘될 여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글=김호정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바로크 음악=1600~1750년 시기의 음악으로 비발디, 바흐, 헨델 등의 작곡가들이 활동했다. 이전의 르네상스 시대와 달리 여러 음색의 조합이 시작됐다. 바로크 이후 나타나는 고전·낭만 시대에 비해 악기 편성의 규모가 작은 실내악이 주를 이루며, 절제된 감정 표현과 규격화된 진행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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