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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자살 현상 베일 벗겨-세계 의학계 핵심과제 등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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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유전자 시대를 살고 있는 의학계가 세포자살(apoptosis)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개체를 위해 세포가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세포자살현상을 차세대 의학의 핵심 연구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최근 세포자살에 관한 특집기사에서 암.뇌졸중.심장병.노인성치매등 현재 인류가 앓고 있는 각종 난치병의 극복은 세포자살이라는 신비한 현상에 대한 규명여부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세포자살이란 세포가 유전자의 지시대로 정해진 수명만큼 생존한뒤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는 현상으로 건강한 성인의 경우 매시간10억개의 세포가 세포자살의 과정에 들어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지극히 진화론적 관점인 세포자살이 연구된 배경은 30억쌍 이상의 염기가 일정한 순서대로 정교하게 조합된 유전자가 정해진 수명이상으로 늙게되면 인체에 해로운 돌연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세포자살이 이뤄지지 않아 생기는 대표적 질환이 바로 암으로 암세포는 무한정 증식한다.50년대초 자궁경부암에 걸려 사망한 미국여성 헬렌 리바인에게서 채취한 암세포는 아직도 전세계 실험실에서 널리 쓰이고 있을 정도.
조물주가 인간의 몸에 심어놓은 대표적 세포자살지령유전자는 p53인데 바로 이 유전자가 손상되면 불사의 암세포가 된다는 것. 그러나 세포자살이 너무 자주 일어나도 문제가 된다.노인성치매나 뇌졸중.심장병은 대부분 필요이상 뇌신경세포나 혈관세포가 파괴돼 나타난다는 것.
그렇다면 이처럼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또는 일찍 세포자살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콜로라도의대 리처드 듀크 교수는 유해산소래디컬을 꼽았다.
유해산소래디컬이란 세포가 포도당등 영양물질을 호흡을 통해 섭취한 산소로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을 때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불안정한 물질.p53유전자를 파괴시켜 암을 유발하거나 아직 죽지않아도 될 정상세포에 흠집을 내 세포자살을 일으 키도록 유도한다. 1백% 순수한 산소를 섭취하거나 과도한 운동,과식과 스트레스에서 비롯된 신진대사의 항진이 인체에 해로운 이유도 이들이다량의 유해산소래디컬을 생성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무리하지 않는 섭생이 장수비결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논문은 또 유해산소래디컬을 차단하는 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비타민 A,C,E나 셀렌등 이른바 항산화물질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유해산소래디컬에 의한 세포손상이 우려되는 60대이후 고령에선 이들이 많이 함유된 채소나 과일.곡류위주로 식단을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이다.

<홍혜걸 전문기 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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