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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주목받는인물>2.코피 아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유엔 사무총장으로 새해 첫업무를 시작한 코피 아난(58.가나.사진)에 거는 세계의 기대는 남다르다..사상 최초의 흑인총장'.내부승진 총장'.미국이 강력히 밀어주는 총장'이라는 점에서전임자들과는 확연히 구별되기 때문이다.
유엔이 안고 있는 해묵은 숙제는 한둘이 아니다.탈냉전 이후 확산되는 민족.인종간의 분쟁,이로인해 야기되는 수백만명의 난민,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인구.인권.빈곤.범죄.핵문제등 어느 하나 손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입으로는 팍스 유엔(PAX UN.유엔을 통한 세계평화)을 부르짖으면서도 내심 자국의 이해득실 따지기에만 바쁜 강대국들을 어떻게 조율시켜 나갈 것인지 두통거리가 아닐 수 없다.그러나 아난 총장은 미국의 지지를 등에 업고 유엔의 조직개편,재정 난 해소,안보리 개편등 밀린 숙제 해결에 상당한 추진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지난 연말 유엔의 임명직 고위관료 23명에게 일괄사표를제출토록 요구했다.사무국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개혁추진에 걸림돌을 제거하고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공직생활의대부분을 유엔에서 보냈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인 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그보다 더 잘아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또 그는 지난해 사무총장 당선직후 가진 연설에서도 미국에 밀린 분담금(약13억달러)을 조속히 납부하도록 촉구했다.최대 연체국인 미국으로부터 분담금을 받아낸뒤 차례차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등 다른 거액 미납국들에도 빚 청산 압력을 가 해 유엔의 만성적 재정난을 극복해보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편이야말로 아마 아난 총장의 최대과제가 될 것이다.올해 당장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을지 몰라도 막강한 국력을 과시하며 유엔에서 2,3위로 많은 분담금을 내는 일본과 독일을 상임이사국으로 대우할때 유엔이 실질 적인 세계평화와 안전기구로서 확고히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게 아난의 생각이다.반(反)미국의 분위기가 팽배한 유엔에서 강대국들의 이해를 조정하며 세계가 당면한 난제를 해결하는 중심체로 유엔을 탈바꿈시키기 위한 아난 총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는 한해가 될 것이다.
[뉴욕=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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