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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움트는 사이버문명-네티즌의 일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3백만명이 넘는 국내 네티즌이 북적거리는 사이버 스페이스.기쁨과 슬픔,만남과 헤어짐이 현실세계처럼 반복되는 또 다른 현실세계이기도 하다.천리안.하이텔.유니텔.나우누리등 컴퓨터 통신망에 떠오른 네티즌의 모습을 통해 사이버문화의 실상 을 살펴본다. ◇사이버 스쿨=서울여상 정보처리학과 3학년 金성희(18)양.손때 묻은 주판대신 컴퓨터가 새로운 벗이다.아침마다 공부방에놓인 PC로 온라인 통신학교를 찾는다.그 속에는 수업시간표.과제물.행사일정등이 빼곡이 담겨있다.수학선생님이 새 로 올려놓은미적분 풀이법이 金양의 PC로 고스란히 들어온다.반 친구들의 새해 축하 전자연하장도 와 있다.어제 사소한 일로 다퉜던 반 친구에게 사과편지도 한통 써놓았다.金양에게 사이버 스페이스는 구경거리가 아니다.일상의 생활이며 미 래이기도 하다.
◇사이버 클리닉=서울강남구논현동 한마음 신경정신과 李규환(41)원장.그는 지난해 1월부터 하이텔과 유니텔에 사이버 클리닉.한마음 정신건강상담실'(psychy)의 둥지를 틀었다.李원장은 매일 메마른 세상에 지친 네티즌들의 고민에 정 성껏 답장을쓴다.물론 모든 것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이뤄진다.네티즌들의 월 조회건수가 1천여건이나 된다.李원장은 2백여명의 든든한 네티즌마을 .한마음회'의 대부(代父)다.한마음회 네티즌들은 때때로 만나 비디오를 함께 보며 서로의 체온을 느낀다.어떤 커플은여기서 만나 네티즌들의 축복속에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사이버 중매=결혼 정보회사 듀오(duo).천리안공화국 사이버 비즈니스계에서 인기절정의.잘 나가는' 중매쟁이 회사다.짝을찾는 젊은이들의 잦은 발걸음으로 밤새 듀오의 사이버 스페이스는북적거린다.직업.나이.학력.취미.수입등 자신의 명세표를 자신만만하게 네티즌 앞에 공개한다.어떤 이는 글로는 모자라 자신의 총천연색 실루엣을 사이버 스페이스에 올린다.누군가에게 자신의 미래를 맡겼던 지난 세대들의 구식 짝짓기는 이제 네티즌들의 흥밋거리가 아니다.
〈이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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