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록밴드 '곱창전골' 리더 사토 유키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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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사토 유키에와 곱창전골'은 일본인들로 구성된 4인조 록밴드다.그런데 이들이 연주하는 레퍼토리는 오로지 한국의 대중가요.
그것도 70년대의 록음악을 서툰 발음이나마 한국어로 부른다.
많은 한국 가수들이 일본의 대중가요를 표절해 심심찮게 물의를일으키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들은 한국 음악의 매력에 흠뻑 젖은 매니어들이다.때로는 한복을 차려 입고 연주하기도 하고 무대뒷면에는 태극기를 내걸 때도 있다.
“한국 록 음악에는 뭔가 독특한 것이 있어요..혼'이 느껴지기도 하고 말로 설명하긴 힘들지만 민족 고유의 정서가 그 속에녹아 있는 것같아요.반면 일본 록 음악은 서양의 것만을 모방해독창성이 없죠.” 리더 사토 유키에(33)는 90년.더 선'이란 하드록 그룹을 만들어 공연활동을 벌이는 한편 음악잡지에 정기적으로 기사를 연재하던 음악평론가였다.그러던 그가 한국음악에빠진 것은 95년 한국을 처음 여행하면서 사간 한장의 CD 때문 이었다.
그것은 70년대 초반에 녹음된.신중현과 엽전들'의 음반.그는.미인'의 기타리프를 들을 때“마치 천둥이 치는 소리를 듣는 것처럼 몸서리가 쳐졌다”고 말했다.
“한국 레코드를 사서 들으면서 흉내를 내 봤어요.친구들을 모아.곱창전골'을 만들고 매달 한번씩 라이브 클럽에서 공연하고 있습니다.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일본 젊은이들도 무척 좋아해요.” .곱창전골'의 레퍼토리는 원작자인 신중현도 깜짝 놀랄 정도로 훌륭하게 연주한.거짓말이야'.아름다운 강산'을 비롯,산울림의.아니 벌써',송골매의.처음부터 사랑했네'등 20여곡.한국어 실력이 향상되는 것과 비례해 레퍼토리도 계속 늘어나 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우연히 연줄이 닿아 서울의 한 라이브클럽에 출연할 예정이었다.그러나“일본인 공연은 절대 안된다”는 문화체육부의 제지에 부닥치고 말아 정식공연은 결국 무산됐다.
“양국간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같은 한국 정부의 방침을 이해합니다.하지만 빠른 시일내에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대신.곱창전골'의 공연 모습은 다음달초 TV 전파를 타고 한국에 첫 소개된다.KBS의 일요스페셜.신중현 특집'제작팀이 이들의 공연실황을 담아 온 것.
사토는 또 이번주 한국을 방문,23일.새로운 음악세계에 눈을 뜨게 해 준'신중현을 만났다.그룹이름.곱창전골'은 한국음식중 곱창전골이 특히 맛있어 그렇게 붙였단다.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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