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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받고 가는 직장 육상인에 그림의 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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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누가 육상을 스포츠의 꽃이라 했던가.누가 육상을 기본종목중의기본이라 했던가.
어김없이 찾아왔다 저물어가는 스카우트의 계절.
그러나 대다수 육상선수들은 올해도 배구.농구.야구등.화려한 텃밭'에서만 맴도는 스카우트바람을 전혀 쐬지 못한 채 몸붙일 곳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신진식(성균관대→삼성화재)17억원,후인정(경기대→현대차써비스.이상 배구)10억원,임선동(연세대→LG)7억원,손민한(고려대→롯데)5억원,이병규(단국대→LG.이상 프로야구)4억4천만원,양희승(고려대→LG.농구)4억5천만원,드래프트로 신참자를 뽑는프로축구는 2순위만 돼도 계약금.연봉 합쳐 6천만원 이상….
그러나 육상의 경우 억대 계약금은 고사하고 취업자체가 발등의불. 중앙일보가 최근 전국대학 등록선수중 내년초 졸업예정자 46명(남32명,여14명,강원체전을 포함해 올시즌 2개 대회이상출전자에 한함)의 진로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카우트작업이 사실상 마무리된 25일 현재.육상에 의한 취업확정자' 는 14명에 불과했다.
한국마라톤의 메카 코오롱유니폼을 입게된 김이용(건국대)을 비롯,고정원(건국대→세모.마라톤).김재일(포환,동아대→정선군청).이상훈(4백,동아대→과천시청).정선용(4백,영남대→제주은행).김태환(1천5백,영남대→구미시청),여자포환던지기 국가대표 이명선(충남대→익산시청).최문실(경북대→안산시청,여4백)등이 그들.국내 실업팀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어 앞으로 육상취업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나머지 32명은 대부분 선수생활을 포기하고 체육교사 임용 고시를 준비하거나 대학원진학(9명),재학중 따놓은 사회체육지도자자격증을 밑천으로 수영.에어로빅강사등으로의 전환(6명)및 일반회사 취직문을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나마 육상취업자라 하더라도 김이용(건국대→코오롱.1억원).
고정원(건국대→세모.5천만원)등 마라토너 2명과 70년대 여자투포환스타 백옥자의 한국기록을 22년만에 깨뜨린 이명선(충남대→익산시청.3천만원).조재선(성균관대→충남도청. 4백.5백만원)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하나같이 계약금을 한푼도 받지 못했다. 대우면에서도 스포츠의 꽃이란 평판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훈련수당등을 합쳐야 겨우 월 2백만원 안팎이 대부분이다.게다가 마라톤 2명 외엔 거의 모두 시.도.군청의 .임시직'이어서 은퇴와 동시에 실업자로 전락해야 하는 불안한 신분이다.
때문에 15년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해온 여자단거리 간판스타 이영숙(31.안산시청)은 은퇴후의 자리가 마땅치않아 은퇴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김복주(한국체대)교수는 이에 대해“장래불안 때문에 4학년 이전에 포기하는 선수들까지 합치면 취업률은 더욱 한심한 형편”이라며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등 국제대회가 닥치면 매번 기본종목육성을 부르짖다가도 끝나면 흐지부지 돼버리는 상 황이 계속되는한 한국육상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시.도.군청이 주류를 이루는 실업팀은 현재 56개(상무와 사실상 대학팀인 서울시청 포함)며 대한육상연맹에 등록된 일반부 선수는 3백90명(남 2백27명,여 1백63명).그중 49명(남 37명,여 12명)은 소속팀없이 전국체전 등 각종대회때 시.도육련의 간판을 달아야 하는 무소속이어서 팀당 선수는 약 6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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