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안목은 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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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6강전>
○·장 리 4단(중국) ●·이세돌 9단(한국)

제2보(17∼31)=21과 같은 수는 예전 같으면 끝내기나 가야 보였으나 지금은 포석 단계에서 등장하고 있다. 백 전체가 미생 아니냐고 21은 주장하고 있다. 흑▲ 한 점의 안위부터 생각해 22 자리에 붙이던 옛 스타일. 그건 헐겁고 느슨하다며 21처럼 피 한 방울 나지 않게 조여가는 게 최근의 스타일이다. 안목은 변한다. 감각도 변한다. 언제부턴가 바둑판 위에선 ‘여유’라는 두 글자가 사라져 간다. 빠르고 사나워진 외부 세상이 바둑판에도 영향을 미친 것일까.

22는 정수다. ‘참고도1’처럼 한 칸 뛰었다가는 흑2, 4의 즉각적인 차단에 허물어지게 된다. 이세돌 9단은 비로소 23으로 약한 돌을 움직였고 장리 4단은 조심스레 24로 뛰어나간다. 25의 기역자 꼬부림은 요소. 흑의 타이트하면서도 공격적인 전략으로 우변 일대의 풍경은 좀 어지럽다. 안정감이 없다는 것 역시 현대 바둑의 한 특징이다.

27에 ‘참고도2’ 백1로 끊는 것은 흑6이 급소라 불가하다. 실리를 잃고 12마저 끊겨 엉망이 된다. 결과적으로 26은 그냥 A에 뛰는 게 나았다. 장리는 일생일대의 강적을 맞아 빠른 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나 이세돌 9단은 그 심리를 꿰뚫어본 듯 31로 차단, 계속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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