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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도시를 향해 느리지만 지치지 않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바타시 구는 교차로 문제와 같은 교통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환경 관련한 행정능력만큼은 대외적으로 큰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 1995년 에코폴리스센터가 들어선 것 역시 그 덕이며, 최근까지도 부설기관들이 계속 늘고 있다. 에코폴리스센터에서는 각 기관과 주민들이 어우러져 환경교육을 받거나 유용한 환경정보를 공유한다. 말 그대로 ‘환경의 장’이다. 구민들은 자유롭게 이곳을 드나들 수 있고, 갈 곳이 마땅찮은 노인들에게도 녹색쉼터로 제 몫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폴리스센터의 건물을 유심히 보면 철저하게 친환경 스타일로 건축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냉난방비를 절감할 수 있는 이중벽 구조는 기본이고 자연광을 조명으로 쓸 수 있게끔 계획적으로 만든 천장, 요즘 일본 건축의 유행인 태양열 시스템 시설, 빗물과 바람을 이용하여 사용할 수 있을만한 장치 등 세세한 신경을 많이 썼다.

이타바시 마을의 큰 나무


가장 중요하게 운영하는 곳은 센터 내 교육 장소이다. 더 많은 구민들의 발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 내부는 안락하게 꾸며놓고 친숙한 성품의 안내자가 항시 업무를 보며 사람들을 맞이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놀러온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강좌를 듣기도 하고 재활용 노하우를 배우기도 하며 폴리스센터 직원들과 친해진다. 수업을 충분히 받은 주민들은 역할을 바꿔서 강사 노릇을 하기도 하는데 은퇴를 하고 시간이 많은 고령자들은 아예 전문적인 수순을 밟아 환경 강사가 되기도 한다. 전문 강사들은 교육받기를 원하는 일반인이나 어린이들을 상대로 다양한 수업을 펼치는데 성인들은 주로 수질 문제와 쓰레기 문제를 고민하고 아이들은 재미있는 환경동화 이야기나 환경요리 시간을 가짐으로써 환경의식을 키워나간다.
이러한 시스템은 건물 안에서 그치지 않고 외부의 기관이나 학교와 연결된다. 이를테면 에코폴리스센터에서 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정보가 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데이터와 합쳐져 서로 공유하게 되는 것이다. 타 학교 학생들의 환경교육 정보를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센터의 직원들은 교육상태가 미비한 아이들을 상대로 특강을 펼치기도 하며 실제로 도시의 분위기를 변화시키는데 큰 일조를 하고 있다. 학교 선생들 중에서도 역시 이에 지지 않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추억을 안겨줄 수 있을만한 이벤트를 꾸며주면서 환경공부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997년에 환경청의 환경교육상을 수상했으며 작년에는 이타바시 환경상을 수상한 구립 가나자와 초등학교가 훌륭한 사례다. 이 학교에서 환경학습을 담당하는 선생들은 ‘식물과 동물’이라는 프로그램을 신설하여 아이들에게 식물과 동물 중 적성에 더욱 맞는 분야를 선택하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두 개의 군으로 나뉘면 동물을 선택한 학생들은 학교는 물론 지역 인근에 걸쳐서 동물들이 살만한 장소를 물색하여 그 지형도를 그려내 숙제로 제출한다. 식물군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동물은 대개 개나 고양이로 한정되는데 어떤 아이는 동네 애완견들을 조사하고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또 어떤 아이들은 길고양이를 주제로 지형도를 그린다. 홀로 숙제를 하다 보면 반드시 한계에 부딪치게 되는데 이 때 선생들은 아이들에게 길고양이 구조대나 유실견 구조대, 공원 호수를 관리하는 소장 등을 소개 해준다.

학생들 식물가꾸기


아이들은 동물들이 차지할 공간도 없이 인간들이 땅을 모두 점령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에 눈을 뜨게 되어 이전과 새로운 방식으로 사물과 공간을 접하게 된다. 적어도 공원의 호수만큼은 오리와 새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하게 되며 거리의 쓰레기들이 병균 덩어리 비둘기를 양산한다는 것도 알게 되어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버리지 않는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동물들을 위한 산책로와 공원 등이 왜 필요한지 깨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애완견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고령의 이웃들과 소통의 장이 만들어지는 등 아이템은 무궁무진하게 업그레이드된다. 식물군의 아이들은 좀 더 감성적이고 정적인 추억을 간직하게 된다. 인근 지역의 식물군을 조사하다 보면 수많은 나무와 꽃의 이름을 알게 되는데 선생들은 이때 아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식물을 한 두 개씩 고르라고 지시한다. 자신의 정서에 가장 가깝게 와 닿는 식물을 고른 아이들은 집 앞 마당이나 학교 뜰에 본인이 원하는 식물을 심어서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돌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교내의 뜰에 오리나 닭을 키우는 학생들과 충돌도 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자연의 상대성을 익히고 차분하게 조화를 이루는 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다. 교사들은 동물군 학생들과 식물군 학생들에게 기록할만한 날을 정해줘서 축제를 벌여주기도 한다. 덕분에 이타바시 구의 여러 초등학교에서 이 축제들이 서서히 정착되고 있다.
이타바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다메이케 공원이다. 다메이케 공원은 이타바시의 북서쪽에 숨어 있는 환상적인 녹지대이다. 녹색벨트로 묶여 있어서 오염의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은 곳인데 생활이 바쁜 지역민들은 그곳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가기도 한다. 풍성한 수풀이 땅을 감싸고 있는 이곳의 아름다움은 망가지기 이전의 이타바시를 뜻하기도 하며 일본의 새싹들이 훗날 만들어낼 이후의 이타바시를 시사하기도 한다.
공원에는 아름다운 용천수가 수없이 흐르고 있는데 그 물빛이 황홀하다 하여 황홀용천수로 불린다. 구민들은 이 아름다운 공원이 훼손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연못이 행여나 오염될까봐 감시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십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는 구민들의 연못관리는 지금도 열정적으로 행해지는데 매번 관리 행사가 있을 때마다 수십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려든다. 아이를 등에 업은 주부에서부터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까지 긴 장화와 튼튼한 앞치마를 두르고 나와 하루 종일 공원을 청소하고 연못을 단속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이타바시는 삶의 원칙을 자연과 환경에 두는 사람들의 느리지만 성실한 걸음걸이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를 일깨운다. 도시가 녹색을 지향할 때 그 걸음은 가장 이상적인 모양새를 띠게 된다.

협조 / 이노우에 토시히코, 사계절 출판사 (번역 김지훈) 주요 참고문헌/ 세계의 환경도시를 가다 (이노우에 토시히코ㆍ스다 아키히사 편저) 기타 참고문헌 / 작은 실험들이 도시를 바꾼다. (박용남), 친환경 도시 만들기 (이정현), 도시 속의 환경 열두 달 (최병두), 친환경 도시개발정책론(이상광)

워크홀릭 담당기자 설은영 e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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