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은 좀 더 빠르고 강하게 돈 충분히 풀고 재정지출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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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같은 위기 때의 경제 운용은 전통적 지혜를 따르는 것이 맞다. 시중에 돈을 충분히 풀고, 재정지출을 늘려야 한다. 세계적인 불황인 만큼 우리도 강력한 경기부양을 추진해야 한다.”

11년 전 외환위기의 후폭풍은 끔찍했다. 1998년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6.7%까지 곤두박질했고, 실업자는 170만 명을 웃돌았다. 그러나 99년 한국 경제는 10.9% 성장률을 기록하며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외환위기 극복의 경제 사령탑이었던 이규성(사진) 전 재정경제부 장관(코람코 자산신탁 회장)은 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적극적인 부양으로 실물경제의 후퇴를 막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전 장관은 “9월에 큰 지진이 발생했으니 앞으로 한동안 여진이 있을 것”이라며 “내년 하반기는 돼야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통화 스와프 등으로 금융시장이 진정된다 해도 실물경제 악화로 다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는 악순환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위기 극복에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 위기 극복 당시 만든 경제운용 방안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한국은행이 빠르고 충분하게 유동성을 공급하되 페널티 금리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속 ▶충분 ▶공평 분담의 3원칙을 적용하라는 얘기다.

인터뷰 내내 “좀 더 빨리빨리 해야 한다”며 당국의 신속한 대응을 당부했다. “지금은 계기판에 맡겨두는 계기비행이 아니라 직접 보면서 대처하는 시계비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켜 볼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당면 과제로 미분양 아파트를 포함한 건설업체 부실과 키코 사태를 포함한 중소기업 문제를 지적하며 “구조조정과 유동성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은행에만 맡겨놓으면 안 된다. 관계 기관이 모여서 일정표를 만들어 긴장감을 갖고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변수로 경상수지를 꼽았다. 경제의 종합성적표가 경상수지인 만큼 경기부양도 경상수지에 부담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요령껏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전 장관은 한국 경제가 유독 위기에 취약한 것은 ‘소규모 개방경제(small open economy)’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이 작은데 거의 대부분 개방돼 있어 외국인들이 몇 억 달러만 팔고 나가도 휘청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이어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환율 수준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아야 하고, 금리가 균형가격에서 이탈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조정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가격의 조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쓰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보유액은 외국인이 나가면 줄지만, 들어올 때는 늘어나게 돼있다”면서 “경상수지 적자가 심각하지 않다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써도 괜찮다”고 주장했다.

취약한 금융 시스템도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외환위기 이후 ‘상시 구조조정’을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여전히 기업 신용상태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는 것.

그는 “지금의 경제 형편이 어렵긴 해도 외환위기 때보다는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때는 금리가 30%를 넘고, 원-달러 환율은 2000원 가까이 치솟았다. 최근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대해 “방향은 옳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하더라도 성장 잠재력을 키울 수 있게 성장동력산업을 위한 인프라와 연구개발 시설·학교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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