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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EU 친환경 에너지 시장 밥콕 앞세워 공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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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스코틀랜드의 공업도시 글래스고의 대표 기업인 밥콕에너지. 4일 찾았던 이 회사의 출입구에는 두산의 초록색 깃발이 휘날리고 있었다. 이곳은 영국을 대표하는 화력발전소 원천기술 업체. 두산이 2년 전 인수해 유럽연합(EU) 내 청정에너지 시장을 겨냥해 집중 육성하고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만난 이언 밀러 사장은 “이산화탄소 감축 기술은 EU에선 이젠 기업의 생존을 가늠할 잣대가 되고 있어 우리는 사업의 호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EU는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교토의정서의 실행에 들어가면서 청정에너지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우선 2012년까지 1990년 대비 5.2% 감축하겠다는 목표 아래 기존 화력발전소는 이산화탄소 배감 장치를, 신규 발전소는 청정기술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이 회사 박흥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두산밥콕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감축시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고 벌써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가 화력발전소 분야의 친환경기술로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순산소 연소 기술이다. 이는 발전소의 보일러 연소 때 이산화탄소를 고농도로 포집·저장해 열효율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이는 기술이다. 1GW 규모의 화력발전소에서 연간 600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데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약 20~30%를 줄일 수 있다.

밀러 사장은 “보일러의 열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프로젝트명 ‘AD700’)과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바이오연료 개발도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AD700은 현재 600℃ 정도인 보일러 내 온도를 700℃로 높여 열효율을 높임으로써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 정도 감축할 수 있다. 또 바이오연료는 화력발전소의 주원료인 석탄 대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볏짚이나 목초 등을 태워 열을 발생시키는 기술이다. 두산밥콕에 따르면 2030년까지 유럽과 남미 등에서 신규로 건설될 화력발전소만 4800여 개에 달해 약 30조원대의 시장이 펼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밥콕은 117년 동안 세계 30여 개국에서 국내 총발전용량(50GW)의 3배 이상에 달하는 발전소를 설립한 영국의 간판 기업이었다. 80년대부터 지멘스나 제너럴 일렉트릭(GE) 등과의 경쟁에 뒤처지면서 일본의 미쓰이로 넘어갔다. 하지만 미쓰이 역시 주력 사업인 조선과의 시너지 도출에 실패하면서 밥콕을 두산에 넘겼다.

글래스고(스코틀랜드)=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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