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값 < 원유 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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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국제 휘발유 값이 원유가를 사흘 째 밑돌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망(www.petronet.co.kr)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싱가포르 현물시장에서 휘발유(옥탄가 92)는 52.76달러에 거래됐다. 같은 날 두바이유 값(53.81 달러)보다 1.05달러 낮았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휘발유 값이 원료인 원유에 못 미치는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휘발유 값은 원유보다 배럴당 10달러 정도 높은 게 보통이다.

역전 현상은 5일 시작됐다. 5일엔 휘발유 59.26달러에 두바이유 59.36달러, 6일엔 휘발유 55.66달러, 두바이유 56.21달러였다. 뒤바뀐 가격 차이는 5일 0.1달러에서 6일 0.55달러로 점점 커지는 추세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휘발유 소비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어 상대적으로 값이 빠르게 떨어지다 보니 역전 현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경기 침체 여파로 소비자들이 대형차를 기피하면서 휘발유 소비는 감소하고 재고는 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10월 마지막 주 미국의 휘발유 재고는 전주보다 110만 배럴 증가했다.

가격 역전은 원유가 추가 하락의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2001년 8월 초와 올해 8월 초에도 역전 현상이 발생했으며, 이후 유가가 빠졌다는 데 근거한 분석이다. 2001년 8월 초에 24~25달러이던 두바이유는 역전 석 달 뒤인 11월에 17~18달러로 25%가량 떨어졌다. 올 8월 초에는 120달러 선이었다가 석 달이 지난 지금은 그 절반 이하인 50달러대를 맴돌고 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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