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법대 동기 흑인 여성 등 ‘오바마의 미국’ 밑그림 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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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버락 오바마가 5일 발표한 정권인수위원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설계자다. 이들은 오바마의 정치철학과 국정비전을 구체화하는 책임을 맡았다. 오바마를 보좌할 백악관과 행정부의 고위 인사를 고르는 일도 이들의 손에 달렸다. 그런 만큼 오바마는 가장 신임하는 사람들을 대거 발탁했다. 백악관과 행정부의 요직을 차지할 사람의 다수가 인수위원 중에서 나올 것이란 얘기가 나올 정도다. 오바마는 3인의 공동위원장을 뒀다. 이들 중 존 포데스타는 원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상원의원 측에 있었다. 그는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내면서 백악관을 노련하게 운영했다는 평을 들었다. 민주당 경선 땐 힐러리를 도왔지만, 오바마가 일찌감치 자신의 비공식 정권인수팀을 맡긴 건 그의 능력과 경험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핵심 싱크탱크가 될 ‘미국진보센터(CAP·본지 10월 30일자 8면)’소장도 맡고 있다. CAP는 오바마 시대의 정책비전을 제시하는 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공동위원장 피트 루스(61)는 오바마의 상원의원실 비서실장이다. 하버드대 행정학 석사인 그는 비서실 운영에 능통하다. 그는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군에 들어 있는 톰 대슐(60) 전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서실장으로 10년 동안 보좌했다. 그런 그를 대슐은 오바마 방으로 보냈다. 오바마는 그의 능력을 인정해 수석보좌관에서 비서실장으로 승진시켰다. 루스도 백악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된다. 대변인에 발탁된 댄 파이퍼도 대슐의 사람이다. 2004년 대슐의 선거본부 부위원장을 지냈다. 오바마 캠프의 대변인단에서 활약한 에번 베이 전 상원의원과 팀 존슨 상원의원실 공보국장을 지냈다.

인수위원 중 눈여겨봐야 할 사람은 오바마와 하버드대 법대 동기인 흑인 여성 카산드라 버츠다. CAP 부소장으로 경선 때부터 오바마를 도왔다. 그는 고위직 인선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인수위 사무총장 격인 중국계 크리스 루 역시 오바마의 하버드대 법대 동기다. 둘은 함께 강의를 들으면서 친한 친구가 됐고, 루는 대선 캠프에서 입법 담당 국장을 맡았다. 오바마의 연설을 듣고 반한 한인 청년 라이언 김(32·김대용)을 캠프 요원으로 받아들인 사람도 루다. 그는 백악관 선임보좌관 후보로 거론된다.

오바마는 인터넷 전문가인 율리우스 게나촙스키를 자문위원으로 임명했다. 이에 대해 “인터넷 활용으로 선거운동의 신기원을 연 오바마가 국정운영에도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게나촙스키는 대형 인터넷 미디어 회사인 IAC 경영자 출신으로, 리드 헌트 전 연방통신위원회 의장 수석 고문도 지냈다. 헌트는 오바마 캠프에서 하이테크 분야를 조언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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