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과학기술 투자에 우선 순위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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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9일 국회에서는 국회 통신과학위원회가 주최한 과학기술특별법(이하 과기특별법)공청회가 열렸다.요즘처럼 국가경쟁력이 현저히 퇴조하는 근본 원인이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연구의욕 부진에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더이상 늦출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감의 표현이었다.
일본은 올해부터 2000년까지 과학기술관련 경비의 총액 규모약 17조엔(1백37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계속 선진국으로남아있으려면 과학기술의 선진화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는 국가적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투자는 94년 GNP대비 2.
61%에 머무르고 있고,정부지분도 16%에 지나지 않는다.5공때부터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GNP대비 5%까지 증액시키겠다는집권자들의 공약이 있었으나 그것은 번번이 공약( 空約)으로 전락했다. 이제 국가경쟁력 저하,경제불황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구조적인 게 됐다.그 핵심은 바로 기초연구의 부족,연구자들의 의욕 상실에 기인한다.지금이야말로 더 늦기전에 투자재원의 안정적 확충 방안과 함께 GNP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가 능하다면 5%까지 끌어올리고,정부대 민간투자 비율을 현재의 16대84에서 선진국과 같이 30대70 이상으로 대폭 높여야 한다는 것이 과학기술계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또한 종합적인 과학기술 혁신을 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미국과 같이 대통령을 의장으로 하는 범정부 기구를 만들거나 현재의 종합과학심의회를 발전시켜 과학계 인사들이 다수 참여할 수있는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주장이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예산의 특성상 가급적 경직성을 피하기 위해특정 분야에 몇%를 사전 고정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론적입장이 개진되기는 했다.그러나 국가경쟁력 약화와 경제 불황의 근저에는 과학기술 침체라는 근본 요인이 도사리 고 있다는 인식에는 이견이 없었고 과기특별법 제정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은 없었다. 그런데 정작 그런 진지한 논의가 신문.방송에는 한곳도 보도되지 않았다.언론매체들은 여느때나 마찬가지로 예비 대통령 후보들의 특집기획 시리즈를 다뤘고 이들의 동정은 시시콜콜한 내용까지 실려있었다.
우리는 우리 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많은 사안 가운데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이 덜 중요한지에 관한 우선순위 감각을 잃고 있는지 모른다.대통령 선거때만 되면 헌정체제를 바꾸자는 논의로 하루해가 뜨고 지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있 는가.
과기특별법 공청회는 그 법 자체의 제정뿐만 아니라 우선순위를식별하는 우리 공동체의 능력을 가늠해보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정말로 국민적 관심이 필요하다.
이부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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