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진흥기금'이름만 바꿔 2년 더 징수 업계 반발 클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내년 1월부터 무역진흥기금은 없어지지만 무역협회가.서울 ASEM 컨벤션센터 건립기금'으로 이름을 바꿔 계속 징수하게 된다. 오는 2000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컨벤션센터를 짓는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2년정도 한시적으로 더 걷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내년부터 더 이상 기금을 징수하지 않겠다던 정부의 당초 약속과 어긋나는 것이라 업계등으로부터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정부는 내년 1월부터 기금을 폐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었다. 재정경제원과 통상산업부.무역협회등에 따르면 그동안 정부안에서도 논란을 빚어왔으나 최근 이같은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서울 ASEM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컨벤션센터 건립은 필수적”이라면서 “하지만 재정에서 지원하기도 어려워 무역협회가 회원사들로부터 자율적으로 기금을 걷는데 반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컨벤션센터를 짓기 위해서는 약 1천5백억원정도가 부족한데 2년정도만 더 징수하면 이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이같이 정했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징수율은 현행 무역진흥기금과 같은 수준(무협 특별회비를 포함해 내수용 수입액의 0.14%)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올해의 경우 총징수액은 1천12억원 수준.
관세청 관계자도“내수용 수입에 대한 통관자료를 무역협회에 전해주는 식으로 협조키로 했다”면서“무협은 이를 토대로 수입업체들에 고지서를 보내 기금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무역업체들이 은행에 수입승인(I/L)을 신청할 때 무역진흥기금을 납부했다는 영수증을 첨부해야만 승인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69년부터 내수용 수입의 일정 비율을 무역진흥기금으로 징수해왔다.
이 돈중 일부는 무협 운영비로 나가고 나머지는 수출진흥활동 지원비등으로 써왔다.
한편 정부.무협의 이런 방침에 대해 무역대리점협회등에서는“정부가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준조세격인 무역진흥기금을 없애기로 해놓고 다시 ASEM 컨벤션센터 건립기금 명목으로 돈을 계속 걷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 왕기.정경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