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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권 교체’ 세계 각국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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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세계 각국은 미국의 새 흑인 대통령 당선 소식에 민감하고 신속하게 반응했다. 전체적으로는 최근의 금융위기와 이라크 전쟁 등 대외정책에서의 실패가 미국의 정권 교체를 가능케 했다는 시각이다. 개혁 성향이 강한 버락 오바마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핵 개발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대립해 온 이란도 오바마의 당선을 반겼다.

중국 “미·중 건설적 협력 관계 격상 기대”

◆아시아=중국 정부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명의로 축하 전문을 보냈다. 후 주석은 축전에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축하한다”며 “오바마 당선인과 함께 노력해 중·미 양국이 건설적 협력 관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 총리도 “양호한 양국 관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는 “미국과 일본의 관계는 모든 분야에서 돈독하게 유지될 것”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오바마 당선인과 회담을 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일 외무성은 이르면 1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아소 총리가 오바마 당선인과 만나는 방안을 놓고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다. 미국 민주당과 당명이 같은 일본 민주당도 은근한 기대감으로 부풀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본에서도 미국처럼 정권 교체를 통한 양당 정치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에서 선거 과정을 지켜본 나카야마 도시히로(中山俊宏) 쓰다주쿠(津田塾)대 교수는 “부시 정권이 넘겨준 과제 가운데에서도 금융위기 조기 안정이 가장 시급하다”며 “내년 1월 20일 취임 이전에 가시적인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빈 러드 호주 총리는 “마틴 루서 킹 목사는 45년 전 미국은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는 꿈을 품었다”며 “오늘 미국인들은 그 꿈을 현실화시켰다”고 말했다.


러시아 "손상된 미·러 관계 개선하길 희망”

◆러시아=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오바마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 그와의 건설적인 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앞서 크렘린궁에서 행한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는 “현재 러-미 양국 관계가 쉽지 않은 고비를 맞고 있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심각하게 손상된 양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들을 취하길 바란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연설에서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기지 건설 계획, 세계 금융위기와 관련해 미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 8월 그루지야 전쟁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함정의 흑해 파견과 미국의 동유럽 MD 기지 건설 계획 등에 대해 러시아가 상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겐나디 주가노프 공산당 당수는 “미국의 새 대통령은 러시아 같은 강대국의 참여 없이는 주요 국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이고리 바리노프는 “오바마는 미국의 동유럽 MD 계획, 이라크 전후 처리, 러시아와의 양국 관계 등에서 보다 균형 잡히고 이성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동유럽 MD 시스템 설치와 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 러시아와 전쟁을 치른 그루지야 지원 등을 위한 예산을 크게 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EU “미국 낙관주의 선택” 일제히 환영

◆유럽=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되자 성명을 내고 “유럽과 미국의 새로운 약속을 위한 시간이 왔다”며 “새로운 세계를 위한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오바마에게 편지를 보내 승리를 축하했다. 그는 “당신에게 표를 던지면서 미국 국민은 변화와 개방, 낙관주의를 선택했다”며 “당신의 당선은 프랑스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개방적이고 협력적이며 강한 미국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독일 정부는 대서양 양안 동반자 관계의 중요성과 가치를 잘 알고 있다”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그는 오바마 후보가 곧 독일을 방문할 것으로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미래에 대한 비전으로 정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며 당선을 축하했다. 그는 또 “세계 경제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우리 둘 다 보여줄 굳은 결의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오바마는 변화를 약속” 당선 반겨

◆이란=강경 반미 국가 중 하나인 이란의 정치권도 오바마의 당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미-이란 관계에 변화를 기대했다.

하미드 레자 하지 바바이 의회 의원은 5일 AFP 통신과 인터뷰에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보다는 오바마의 당선이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오바마는 변화를 약속했고 우리 역시 그 변화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 8년간 군사주의와 최근 금융위기로 인해 다른 나라들로부터 반감을 샀다”며 “매케인이 당선됐다면 상황은 더 악화됐을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베이징·파리=김동호·장세정·전진배 특파원,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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