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마련 부심하는 8급 공무원 李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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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공무원은 자리가 보장되고 명예퇴직의 우려도 없으나 민간기업에비해 봉급이 적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해마다공무원의 봉급이 소폭이나마 오르고는 있다지만 뛰는 물가와 자녀들이 성장하면서 늘어나는 소비지출을 감안하면 현실을 따라가기엔역부족이다.
서울동대문구 신설동사무소에서 청소담당을 맡고 있는 8급공무원이병호(李秉鎬.35)씨의 경제적 형편을 통해 하위직 공무원의 빠듯한 살림살이를 미루어 보자.대학을 졸업하고 벌인 조그마한 장사를 3년만에 실패로 끝낸 그는 90년 9급 행정직 시험을 거쳐 공무원이 됐다.
91년 12월 결혼한 동갑내기 부인은 네살된 외아들을 돌보느라 가사에 전념중이다.한달평균 급여는 공직생활 6년6개월만인 현재 1백25만원 정도가 전부.세식구 식비.공과금.교육비.용돈등이 매달 80만원정도 들어가고 34만6천5백원정 도가 각종 월부금으로 들어간다.나머지 10여만원은 경조사비등 소소하게 이곳저곳에 들어간다.8백만원짜리 반지하 전세로 시작해 지난해 9월 1천6백50만원을 들여 개포동 공무원 임대아파트에 입주하면서 한시름은 덜었다.그러나 학부형이 될 날이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공무원 월급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날도 잦아진다.공무원의 경제사정은 민간기업에 다니는 회사원과는 비교가되지 않는다.특히 자녀교육비등 목돈이 집중적으로 필요한 40~50대 초반까지 공무원의 급여가 대기업이나 공기업과 비교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총무처 산하 한국행정연구원이 95년 발표한 공무원과 공기업(정부투자및 출연기관),민간대기업및 중소기업의 보수실태 분석에서 잘 지적돼 있다.
〈그래프 참조〉 이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을 나와 26세에 7급사무직으로 출발한 공무원의 평균 연봉을 민간 대기업과 비교할경우 첫해는 공무원 연봉이 대기업보다 6.6%정도 낮지만 2년차 이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매달 순수저축이 25만원에 불과하고 현재의 월급으론 목돈마련이 요원하기만 한 李씨는 아이가 더 자란뒤 부인 혼자 할 수 있는 작은 부업이라도 할 작정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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