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대입 입학담당자에게 듣는다 ⑦ KAIST 김도경 입학본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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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IAST) 선발 전형의 특징은 면접고사다. 면접 형식을 그룹토의·개인면접·개인과제 발표로 나눠 하루 종일 수험생을 심층 평가한다. 1차 서류심사(내신·추천서·대회 수상실적·수능성적·어학성적 등) 통과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 면접고사는 서류와 면접의 합산이 아닌 종합평가로 합격자를 가린다. 김도경(사진) 입학본부장은 “특정 분야의 재능과 영재성을 중요시한다”며 “따라서 서류 점수가 낮아도 구술면접 결과에 따라 합격자가 뒤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7일 1차 합격자를 발표하는 KAIST는 앞으로 2차(접수 12월 12~15일)와 3차(접수 2009년 2월 9~13일) 모집 전형을 치를 예정이다.

-면접고사를 세분화한 이유는.

“지원자 대부분이 특목고 출신이다. 과학 관련 심화교과를 모두 이수한 학생들로 내신 점수가 비슷한 집단이어서 성적만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교과 외 영역에서 지원자의 특기와 역량을 심사한다. 교과 점수 총합의 평균 우수생보다 한 영역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전문성을 뽑는 데 목적이 있다.”

-시험 성적보다 학문 역량을 더 중요시하나.

“그렇다. 안정적인 성실성보다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창의성을 더 높이 사려는 것이다. 우수성·잠재력에 대한 KAIST의 관점이 과거엔 교과 점수가 높은 학생이었다면 지금은 특정 영역에서 차별화된 역량을 보는 것으로 바뀌었다. 서류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어도 면접에서 평가점수가 낮으면 탈락할 수 있다. 반대로 서류점수가 낮아도 면접성적이 우수하면 합격될 수 있다.”

-면접고사의 평가 항목은 무엇인가.

“지원자의 탐구역량·대인역량·내적역량·특정분야 역량 등을 심사한다. 암기된 지식이 아닌 창의적 탐구력이 있는지, 타인과의 협력 능력이 있는지, 자신의 학문분야에 대한 소명의식이 있는지, 남과 다른 영재성과 특기가 있는지를 본다.”

-그룹 토의의 평가 방식과 기준은.

“수험생 5명이 한팀이 돼 교수 3명과 면접을 갖는다. 문제 해결에 필요한 아이디어의 다양성, 상대방을 설득하는 논리성, 지식의 창의성 등을 평가한다. 발표 내용이 짧아도 주제의 핵심을 잘 간파하고 있으면 된다. 다른 토론자들을 주도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토론 주제는 인문과 과학 지식을 혼합한 유형이다. 지난해에는 지구온난화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고령화 사회의 문제점과 대책 등이 출제됐다.”

-개인 면접의 문제 유형과 심사 내용은.

“인문과 과학 간의 경계선에 놓인 문제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과학적 사건에 대해 물어본다. 예를 들면 지구온난화의 생물학적·화학적 원인·결과를 물으면 수험생은 과학 지식을 동원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유형이다. 수험생의 개인적 활동 이력에 대해서도 묻는다.”

-개인과제 발표는 어떻게 평가하나.

“개인적인 연구 자료나 특기·재능을 5분 동안 소개하는 자리다. 지난해엔 내용에 제한이 없었으나 올해는 주제 범위를 좁혀 시험 당일 공개할 계획이다. 노래·연주 등 과학탐구와 관련성이 적은 활동은 제외된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R&E(실험·연구과제)나 각종 경연대회에 참여한 경력을 발표하는 학생이 많다. 그러나 선발·입상만으로도 이미 능력을 입증받은 것이므로 반복할 필요는 없다.”

-수능성적은 어떻게 반영하나.

“언어·수리(가형)·외국어·과학탐구 등 4개 영역을 반영한다. 과학탐구는 Ⅱ과목이 하나 이상 포함돼야 한다. 적용 기준은 백분위를 활용한다. 언어·외국어는 100점, 수리·과학은 200점으로 모두 600점 만점이다. 수상 실적은 서류심사에서 대회규모나 수상등급을 고려해 심사한다.”

대전=글·박정식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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