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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라공부] 콩쿠르병 고쳐야 ‘제2의 장한나’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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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재교육 어디서 하나 8월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이 출범한 후 예술영재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다. 예술영재 교육은 한예종 예비학교와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를 두 축으로 운영돼 왔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은 현재 초·중학생 미술영재 24명을 선발해 매주 토요일 한예종에서 영재수업을 하고 있다. 이영조 원장은 “음악(20명), 무용(30명), 전통예술 영재(26명) 등 총 100명을 뽑아 전액 국비 지원한다”며 “예비학교는 그대로 둔 채 별도로 학생을 선발하며, 한예종 교수진이 강사로 참여해 체계적인 영재교육을 하게 된다”고 소개했다. 잠재력이 큰 학생을 소수정예로 뽑아 ‘제2의 장한나’로 키우겠다는 것이다.

음악은 내년 1월, 무용·전통예술은 2월 선발해 3월부터 1년 과정으로 운영된다. 창작뿐 아니라 예술사, 문학사, 철학 등 인문학과 영화·음악 감상교육 등을 하게 된다. 이 원장은 “기초교육도 안 돼 있는데 베토벤을 연주하는 등 학원에서 잘못 훈련받은 학생은 선발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2012년까지 한국과학영재학교처럼 중·고교 통합 과정의 예술영재학교를 개교한다는 방침이다.

예술의전당 영재콘서트 가보니 1일 오후 3시 ‘영재콘서트’가 열린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리사이트홀. 수원 천일초교 6학년 김홍걸군이 무대에서 인사하자 객석에서 격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김군은 피아노 앞에 앉아 자신이 직접 작곡한 ‘녹턴 1번’을 연주했다. 올해 음악영재아카데미에서 수업을 들은 초·중학생 123명 중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학생들이 이날 콘서트에서 연주 실력을 뽐냈다.

예술의전당은 1999년부터 음악영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음악·미술 영재아카데미는 1년 2학기제로 운영된다. 이날 오후 미술영재아카데미를 찾은 미국 인디애나대 명예교수인 길버트 클락(79), 에니드 짐머먼(67) 부부는 “한국 영재들의 인체 표현 능력이 무척 뛰어나다”고 호평했다. 미술영재 교육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들 부부는 “미술영재 교육을 받으면 미디어아트·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며 “영재아는 열정만 있으면 어떻게든 길을 찾아가므로 부모가 조바심을 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서울·대구·부산시 교육청도 각각 예술영재교육을 하고 있다. 이 중 서울시교육청이 가장 활발한 편이다(본지 4월 2일자 C2면). 서울시의 위탁을 받은 건국대는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 미만인 가정의 자녀 중 음악적 재능이 뛰어난 아이를 모아 음악영재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2005년 폐교가 된 도남초교 분교를 리모델링해 예술영재교육원을 개교했다.

예술영재 어떻게 키울까 이영조 원장은 “곡 해석능력·청음능력(음악), 관찰력(미술) 외에 실험정신이나 창의력, 과제 집착력이 있는 학생이 예술영재”라고 말했다. 영재교육 전문가들은 특히 사교육을 통해 창의력이 굳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올해 한예종 영재발굴캠프 미술분야 1차 합격생 60명을 조사한 결과 실기 점수는 낮지만 심사위원 인터뷰 성적이 높은 학생은 학원을 20개월, 실기는 높지만 면접 점수가 낮은 학생은 학원을 44개월간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강병직 한국예술영재교육연구원 책임연구원은 “ 훌륭한 예술가와의 만남을 통해 지적 자극을 받게 하거나 평소 전시회나 음악회에 자주 다녀야 영재성을 일깨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교육열이 뜨거운 우리나라 부모들의 ‘1등주의’는 예술 꿈나무를 기르는 데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선욱·손열음을 키운 김대진(피아니스트) 한예종 교수는 “‘콩쿠르병’이란 중병에 빠진 부모들이 있다”며 “생명력이 긴 예술가를 키운다는 느긋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영재 교육은 김연아나 박태환처럼 스포츠 금메달리스트를 키우는 것과 궤를 달리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선욱이나 열음이 어머니는 자녀가 영재인 줄 몰랐고 스스로 음악을 좋아해서 뒷바라지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자녀의 영재성을 발굴하려는 노력은 의외로 소박하다. 한예종 임종필 교수는 “무조건 아이를 내버려두거나 부모 욕심대로 끌고 가는 것 모두 좋지 않다. 영재성을 가진 아이를 지원해주고 북돋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박길자 기자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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