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적은 비용 아껴 큰 성공 일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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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 남는 길은 가까운 곳에 있다”“인원삭감을 내세운 감량경영만이 불황타개책의 왕도는 아니다.” 전후(戰後) 가장 긴 헤이세이(平成)불황터널을 지나 오면서 작은개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일본 스즈키사와 라이온사는 이렇게 말한다. 스즈키자동차의 스즈키 오사무(鈴木修)사장은 91년 가을골프장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다 아이디어 하나를 떠올렸다.소변이튀어 녹이 슨 콘센트를 보고 그는 곧바로 라운딩을 중단하고 회사로 돌아왔다.“우리 회사에 콘센트는 모두 몇 개인 가.”조사결과 놀랍게도 전체 콘센트중 1년에 한번도 사용하지 않는 것이70%에 달했다.쓸모없는 콘센트를 없애면서 스즈키자동차는 전체배선용 전선을 30% 가량 절감했다.
재임 18년째인 스즈키사장은 매년 11~12월 두 달 동안 17개 계열사를 직접 돌아다니는.공장감사'를 한번도 거른 적이없다.“비용절감은 널려 있는 광맥(鑛脈)”이라고 생각하는 그로서는 쓸모없는 비용이 흘러나가는 것을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동안 3천여건의 낭비요인을 시정했고 35억엔을 절감했다.
일본 가정용품업체인 라이온의 평생 꿈은 가오(花王)를 한번 따라잡는 일이었다.80년대 내내 매출지상(至上)주의를 내세웠던라이온은 이를 위해 90년부터 미련 없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저비용.이익우선주의로 전환했다.
라이온의 간판상품인 의류용 세제.톱'은 3년전과 이름은 같지만 속은 달라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밀도화로 1회 사용량이 25에서 20으로 줄어든 게 가장 큰 변화지만 이밖에도 개선된 게 많다.우선 내용량을 기준표시보다 6~8 더 많이 넣던것을 2~3으로 낮췄고 플라스틱 계량스푼의 크기를 줄였다.상표와 용기에 사용하는 색상도 5가지에서 4가지로 줄여 연간 1백만엔을 절감했고 별로 쓸모없던 플라스틱 손잡이도 없애 연간 5천만엔을 절약했다.
라스틱 손잡이도 없애 연간 5천만엔을 절약했다.
***[ 40면.커버…'서 계속 ] 지난 3년 동안 1백11건의 작은 개혁으로 절감한 비용은 연간 10억엔.지난해 경상이익의 18%에 이르는 금액이다.
라이온의 쓸데없는 낭비를 감시하는 파수꾼은 회장 직속의.저비용추진본부'.“비용절감도 좋지만 우리 사업부 제품은 안된다”는부서 이기주의를 허물기 위해 이 조직은 회장외에는 아무도 간섭못하는 막강한 존재다.저비용추진본부는 보이지 않는 부문에도 메스를 들이댔다.제품을 담는 골판지상자의 강도를 최소한으로 줄였고 창고에 빈 공간이 남지 않도록 상자 적재방법을 바꿔 적재량을 22%나 증가시켰다.대형트럭에 쌓는 방법도 8단에서 10단방식으로 바꿔 연간 트럭 1천대 분의 운반비를 절약했다.이러한작은 개혁이 쌓이면서 스즈키자동차와 라이온은 업계 1등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가장 탄탄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매출 1조1천2백억엔인 스즈키자동차는 규모로는 일본 자동차업계에서 꼴찌에서 세번째지만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3.
02%로 도요타(2.96%)를 제치고 3년째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라이온은 6년 연속 경상이익이 증가하고 매출 액도 4년 연속 늘어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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