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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대통령 직무복귀] 법률 전문가들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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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헌법재판소의 기각 결정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예상됐던 결과"에서부터 "앞뒤가 맞지 않는 정치적 판결"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놨다.

헌재 연구관 출신의 황도수 변호사는 "단순한 법률 위반이 아닌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한 법령 위반이 있을 경우에만 탄핵사유가 된다는 헌재의 결정은 예상할 수 있는 법 해석이었다"고 평했다.


14일 헌법재판소 윤영철 소장(中)이 8명의 헌재 재판관이 배석한 가운데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효숙.송인준.김효종.김영일 재판관, 尹소장, 권성. 김경일.주선회.이상경 재판관. [김춘식 기자]

건국대 법대 임지봉 교수는 "이번 결정은 법적으로 국회의 탄핵소추가 정당하지 않았다는 것, 국회가 탄핵소추권을 남용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일반 법률뿐 아니라 헌법을 어긴 사실이 인정됐는데도 탄핵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헌재 연구관 출신 이석연 변호사는 "헌법 위반을 인정하면서도 탄핵 사유가 아니라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영 명지대 석좌교수는 "대통령이 파면당하지는 않았지만 헌재가 두가지의 법률과 헌법 위반 사실을 적시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번 결정에는 대통령이 사소한 법률도 어기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탄핵제도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드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탄핵재판 과정에서 최도술씨가 증언을 거부하고, 신동인 롯데쇼핑 사장이 갑자기 불출석 의사를 밝혀 증인 소환이 취소되는 등 파행을 겪었다.

또 탄핵 관련 규정의 미비로 예상치 못한 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탄핵안을 철회하거나 탄핵 사유를 추가하는 것이 별도의 국회 의결 없이 가능한지는 법조계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고려대 계희열 명예교수는 "이번 탄핵재판은 관련자들의 비협조로 본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면서 "증언을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할 수 있게 하는 등 헌재에 더 강한 강제력이 부여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국정 공백의 혼란을 막기 위해 집중심리제 도입 등을 명문화해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다 근본적으로 국회의 탄핵소추 결의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건국대 임지봉 교수는 "탄핵소추 결의 이전에 국회가 상당 기간 '청문 절차'를 거치게 법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조국 교수는 대안으로 "탄핵 요건이나 절차 등을 명확히 규정하는 독립된 '탄핵법'을 마련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석연 변호사는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가정해 법을 만드는 것은 어려운 만큼 우선 수사 기록의 열람 신청이나 증인 출석.신문 등 재판 진행과 관련한 필수사항들은 헌재 내부규칙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기 기자 <retaila@joongang.co.kr>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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