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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디자인 코리아’ 세계 3대 디자인상 휩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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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홍익대 제품디자인과의 김지윤(24)·김종환(23)씨가 디자인한 ‘삽수레(Taker)’는 올해 독일 레드닷디자인상의 컨셉트 부문 대상(베스트 오브 베스트)을 받았다. 전 세계에서 출품된 1900여 컨셉트 부문 출품작 중 최우수작으로 뽑힌 것이다.

웅진코웨이 직원들은 올해 iF·레드닷·IDEA에서 모두 16개의 상을 받았다. 본체에 구멍을 뚫어 자연친화적인 느낌을 살린 공기청정기, 탱크 용량을 유지하면서 다른 제품보다 크기를 10% 이상 줄인 정수기 등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처음 국제 디자인상의 문을 두드린 신예다. 최헌정 디자인실장은 “웅진이라는 브랜드를 대개 낯설어 했는데, 올해는 수상작 전시회 제품을 보고 연락해 오는 해외 바이어가 생겼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드럼통을 빨래 바구니처럼 꺼낼 수 있는 세탁기(SADI 정지형), 스피커 모양의 공기청정기(웅진코웨이), 운동량 등을 측정하는 휴대전화(삼성전자), LCD 패널의 두께를 최소화한 TV(LG전자), 흙을 편하게 뜨고 나르는 삽수레(홍익대 김지윤·김종환).


세계 디자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5년 전쯤만 해도 세계 무대에서 명함을 내밀지 못했던 우리나라가 무서운 기세로 국제 디자인상을 휩쓸기 시작하고 있다.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iF·레드닷·IDEA에선 지난해 총 2553개 상 중 208개를 한국인이 가져갔다. 12개 중 하나(8.1%)꼴이다. 2003년만 해도 553개 중 14(2.5%)개가 고작이었다.

양대 주축은 대기업과 학생이다. 일찍이 디자인 경영을 부르짖은 간판급 전자회사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그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인재와 작품을 쏟아내고 있다. 올해 iF에서 수상한 108점 중 76개는 일반 제조업체가 받은 것인데 이 중 삼성전자(38개)와 LG전자(14개)·웅진코웨이(8)가 거둬들인 상만 60개로 79%를 차지했다. 랄프 비그만 iF 운영과장은 “한국 기업들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출품작의 양과 질이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고 평했다.

대학생들의 기세는 더욱 무섭다. 올해 iF 디자인상의 컨셉트 부문 수상작 101점 중 22점을 한국 학생이 휩쓸었다. 학계는 “디자인 교육이 현장 중심으로 바뀐 덕분”이라고 풀이한다. 삼성디자인학교(SADI)는 올해 레드닷에서 14개의 상을 가져왔다. 이 학교의 안상옥 홍보과장은 “한국 학생들의 약점으로 지목된 발표·창의력을 보완하려고 토론과 비평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전했다. 그는 “산업체나 해외 유수의 디자이너와 함께 작업할 기회가 많은 것도 한국 학생의 역량을 키운다”고 설명했다.

디자인 업계도 고무돼 있다. 세계디자인학회 사무총장인 이건표(산업디자인) KAIST 교수는 “전자업계를 필두로 국제 무대에서 디자인 명성을 얻으려고 힘쓰고 있다. 국제 디자인상 수상이 한국 산업계에 가져오는 효과는 크다”고 평했다.

레인콤·웅진코웨이 등 국내 중견 전자업체들의 이름을 세계 무대에서 알린 계기도 국제디자인상이었다. 레인콤은 MP3 플레이어 ‘N10’이 2005년 레드닷에서 수상한 이후로 해외 수출의 물꼬가 트였다.

이 회사 유영규 디자인총괄이사는 “해외 바이어를 만나 좋은 상을 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긴 설명이 필요없어진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한국 디자이너, 경쟁심 유별나 강점”

삼성전자는 국제 디자인상 수상 실적으로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회사다. 미국 IDEA의 최근 5년간 누적 수상 실적에서 5년째 세계 1위다. 삼성전자 디자인전략팀장 정국현(57·사진) 부사장은 “한국 디자이너의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한국이 아시아 디자인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디자인상 수상 실적이 매년 좋아지고 있다.

“오랜 축적의 결과다. 1996년 처음으로 ‘디자인경영’을 선포했을 때만 해도 돋보이는 상품이 없었다. 신입사원들의 아이디어를 모아 ‘디자인뱅크’를 만들었던 애니콜이 우리에게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줬다. 애니콜의 선전이 다른 제품 디자이너들도 자극한 것 같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데.

“한국 디자이너들은 경쟁심이 유별나 끊임없이 노력한다. 제조현장과 시장이 한곳에 있다는 점이 한국의 무기다. 디자인이 빠르다. 같은 이유로 중국이 강한 경쟁상대가 될 것이다.”

-한국 디자인산업도 중국·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가 될 수 있나.

“중국은 당분간 우리를 쫓아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 일본은 제품 디자인에서 환경·공간 디자인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런 차별성을 살려 우리가 동북아 디자인 허브가 되면 곧 세계의 중심이 될 수 있다. ”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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