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과학>영상 5도C서도 안녹는 얼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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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얼음은 섭씨 0도를 넘어서면 녹는다.' 깨지지 않을 철칙같지만 항상 이 말이 맞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과학자들은 최근 섭씨 5도에서도 얼음이 고체로 존재할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물론 상온(常溫).상압(常壓)에서 얘기다. 미국 지질조사국과 리버모어국립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최근차가운 심해저에 깔려있는 한 퇴적물중에서 얼음이 이같이 높은 온도에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메탄 클레스레이트'라 불리는 이 퇴적물은 얼음이 벌집같은 구조를 이루고 이.벌집 구멍'을 메탄이 채우는 형태를 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잡지 디스커버에 따르면 연구팀은 당초 메탄 클레스레이트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보기 위해 얼음을 아주 잘게 갈아 메탄과 혼합한 후 서서히 온도를 올려보는 실험을 진행중이었다.그러나 이때 웬걸,섭씨 0도를 넘어서 당연히 녹아야 할 얼음이 무려 섭씨 5도에 도달할 때까지 아무런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의 로라 스턴박사는“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요.무언가 절묘한 시스템이 이 안에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답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연구팀은 뜻밖의 결과에 놀란 나머지 메탄 대신네온을 집어넣어 봤으나 이번에는.잘만'녹았다.연 구자들이 현재잠정적으로 내린 결론은 메탄의 분자구조가.슈퍼 히팅'을 가능케했다는 것이다.슈퍼 히팅이란 녹아야할 온도를 지나쳐서도 녹지 않는 현상.
이번 메탄 클레스레이트의 경우 표면의 얼음 알갱이가 녹자마자순간적으로 메탄과 어울려 얇은 피막을 형성하면서 다른 얼음 알갱이가 녹아내리는 것을 막았다는 설명이다.말하자면.녹는 점이란액체와 고체의 평형을 이루는 온도로 액체가 없 다면 녹지도 않는다'는 고전열역학의 법칙에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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