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7일 개봉 "브레이킹 더 웨이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3면

세상에 둘도 없이 사랑하는 남편이 사고로 전신마비가 됐다.병상의 남편은 아내에게“난 사랑의 느낌을 잃어버리면 살 수가 없다.그러니 애인을 사귀어 사랑하고 그 느낌을 늘 나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한다.그 아내는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 다.그녀는 어떻게 해야할까.
7일 개봉되는 덴마크영화.브레이킹 더 웨이브'(원제 Breaking The Waves.파도를 가르며)는.착한'여자와.착하려고'하는 남자의 보기드문 사랑이야기다.이들이 서로에게 베푸는눈물겹도록 깊은 사랑은 때로는 너무 지독해 섬뜩 한(?)느낌마저 준다.
“사랑의 느낌을 전해달라”는 부탁은 사실 신혼에 불구가 된 남편이 아내가 정상적인 생활에서 격리될 것이 안쓰러워 거짓말을한 것이다.그러나.순진한'아내는 정말로 그 말을 믿는다.처음에는 남자와 잔 이야기를 꾸며내지만 남편은 금방 알 아챈다.끔찍한 느낌을 억지로 참아내며 시키는대로 하자 남편의 병세는 호전된다. 동네 아이들로부터.갈보'라는 비난을 받아가며 남편의 부탁을 이행하던 아내는 잠시 차도가 있던 남편의 병세가 악화되자자신의 정성이 부족하다고 자책하며 죽음도 불사하는 타락의 길을간다. 작품의 무대는 1970년대 스코틀랜드의 한적한 해안마을.이 마을의 순진한 처녀 베스(에밀리 워슨)는 신과 직접 소통한다고 믿으며 착하게 사는 것만 생각하는 여자다.
그녀는 외지에서 온 노동자 얀(스텔란 스카스가드)과 사랑에 빠지자 신의 계시에 의한 천생연분임을 굳게 믿는다.그래서 자신이 평생 소중하게 생각해온 마을사람들과 교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와 결혼한다.그러나 얀이 유정(油井)에서 일 하던중 사고를 당하면서 이들의 관계에는 긴장이 싹튼다.
각본을 직접 쓴 덴마크감독 라스 폰 트리에(40)는 이 영화를“영원한 사랑을 믿는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설명한다.베스는 어리석을 정도로 착했고 그 착함으로 결국 얀을 구하지만 세상은 그녀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영화는 보여준다 .
.브레이킹 더 웨이브'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예술성과 대중성이이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평을 들으며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실험정신이 가득한.유로파'로 91년 칸영화제에서 기술상을 받은 라스 폰 트리에는 덴마크의 대표적 감독.덴마크는 80년대말.정복자 펠레'.바베트의 만찬'등으로 세계영화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멜로드라마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그 는.
브레이킹 더 웨이브'에서 성과 종교의 이야기를 감성적이고 에로틱한 영상으로 풀어낸다.
마치 소설처럼 7개의 장으로 나뉘어 펼쳐지는 영화에 엘튼 존.레너드 코헨.딥 퍼플.데이비드 보위등의 추억의 팝송들이 깔려친숙함을 더해준다.전체를 핸드헬드(들고찍기) 카메라로 촬영해 느낌이 독특하다.
〈이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