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수씨 수십억 차명계좌 관리 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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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김평수(61) 전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이 가족 명의로 된 수십 개의 차명계좌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의 출처를 확인 중이다. 김 전 이사장이 공제회 간부들에게 판공비 명목으로 거액의 상납을 요구했다는 진술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2일 “김 전 이사장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부모, 형제, 딸, 사위 명의의 통장 수십 개를 발견했다”며 “이 계좌들에 들어 있는 돈이 김 전 이사장의 것으로 추정되며 계좌추적을 통해 자금의 흐름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찾아낸 김 전 이사장의 차명 의심 계좌는 증권계좌를 포함해 30여 개로, 전체 자금 액수는 수십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돈의 규모가 김 전 이사장이 급여를 통해 축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보고 횡령이나 청탁 수수 등과 관련이 있는지를 파악 중이다. 교육부 관료 출신인 김 전 이사장은 서울시교육청 부교육감을 거쳐 2004년부터 3년 동안 교원공제회 이사장을 지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검사 우병우)는 최근 법원에서 2004∼2007년 김 전 이사장과 가족 명의 계좌의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법원이 특정 기간 동안의 특정인과 그의 주변 사람들의 계좌를 조사할 수 있는 영장을 내주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에서 차명 통장들이 여럿 확보됐기 때문에 법원이 포괄적인 영장을 발부해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김 전 이사장이 공제회 재직 당시 부하 간부들에게 판공비가 부족하다며 돈을 요구해 억대의 돈을 상납받은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공제회 구매팀 간부가 납품업체들에서 구매 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5000여만원의 비자금을 조성, 차명계좌를 통해 김 전 이사장에게 전달한 단서를 포착했다고 한다. 검찰은 이외에도 공제회 각 부서에서 매달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대의 돈을 김 전 이사장에게 상납해왔다는 직원들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직원들에게서 “김 전 이사장이 직접 공식적인 이사장 판공비와는 별도의 자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외부 인사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였다”는 진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직원들이 상납한 돈의 출처를 확인 중이며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배임수재나 횡령 혐의를 추가, 김 전 이사장을 사법 처리할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부하 직원들의 반대를 무시하고 주식 투자와 실버타운 건설 투자를 강행해 공제회에 거액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김 전 이사장에 대해 두 차례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모두 기각당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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