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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IT]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IT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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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미국발 경제위기가 세계를 뒤흔들면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IBM·마이크로소프트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이 3분기에 플러스 실적을 내놨음에도 주식시장은 동요했다. 확연히 줄어든 성장 폭 외에도 실물경기 둔화 현상이 심화되고 경기침체 공포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IT 투자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2000년대 초와 같은 가혹한 구조조정과 기업 인수합병(M&A) 광풍이 IT 업계에 불어 닥치리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은 이미 여러 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충분한 내성을 키워 왔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인 ‘독창성’을 끊임없이 갈고닦아 온 것이다.

필자가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IBM과 지금 몸담고 있는 시스코시스템스가 좋은 예다. IBM은 1993년 160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사라질 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루 거스너가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면서 일대 혁명이 일어났다. 우선 모든 사업부의 기술력과 제품을 한데 모아 고객 중심의 토털 서비스로 집대성한 ‘솔루션’ 사업을 기획했다. 여기에 IBM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얹어 ‘컨설팅’이란 이름으로 팔아 재기에 성공했다. 그 이후 IBM은 컴퓨터 제조사에 머물지 않고 IT 비즈니스 혁신 전도사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며 지속적 성장을 이뤄 냈다. 요즘엔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서비스받을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새로운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 서비스는 특히 금융위기로 불안한 현 경제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효율적인 경비 절감(국내외 출장 감소 등)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로 꽃피울 전망이다.

시스코도 2000년 초반 인터넷 버블이 꺼지면서 위기에 몰렸었다. 그러나 주력 사업의 무게중심을 텍스트(문서)에서 음성과 동영상 분야로 발 빠르게 옮겨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바꿨다. 유튜브 등 동영상이 인터넷의 주류 콘텐트로 떠오르자 인터넷 장비사업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 회사는 더 나아가 인터넷으로 세계를 하나로 묶는 혁신적 서비스도 추진하고 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실현한 ‘지구촌 디지털 미디어 네트워크 서비스’다. 시스코는 올림픽의 전 경기를 디지털 데이터로 서비스했다. 전 세계 시청자가 올림픽 경기 내용을 실시간 동영상으로 보거나 언제든 찾아볼 수 있게 한 것이다. 필자는 당시 올림픽 경기장 여기저기서 마주친 중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처음 시도하는 혁신적 서비스라 걱정이 많았는데, 시스코의 도전정신은 대단하다’는 말을 들었다. 시스코는 또 미국 클린턴재단과 공동으로 ‘그린 시티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런 독창적인 혁신 플랜으로 눈앞의 금융위기는 물론 먼 미래의 지구온난화 위기까지 대처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다. 세계 유수의 글로벌 IT 기업들이 이를 입증해 왔다. 국내 IT 기업들도 이런 때일수록 사활을 걸고 미래 지향적인 독창성을 발휘한다면 오늘의 위기가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강성욱 시스코시스템스 아시아지역 총괄 사장 (skhang@cisco.com)

◆강성욱=1990년대 30대 나이로 한국탠덤(90년)·한국컴팩(97년) 등 외국계 정보기술(IT) 업체의 한국지사장을 지냈다. 2002년 한국HP 기업비즈니스 사장을 끝으로 시스코의 아태지역 본사(싱가포르)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아시아총괄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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