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수억 들여 컨설팅 바람,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J-only 대학가 수억 들여 컨설팅 바람, 왜?

지난달 20일 홍익대 문헌관 805호에 ‘특별팀’이 입주했다. 세계적 컨설팅 회사 액센추어 소속 컨설턴트 6명이다. 이들은 학교 관계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총장과 과장급 직원은 물론이고 미화원, 방호원까지 70여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교 발전 방향을 이해하는가’부터 ‘담당하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나’, ‘비전은 있나’ 등까지 내용은 다양했다. 윤현필 액센추어 이사는 “인터뷰를 통해 필요 없는 결제 라인이 많고, 대학이 기업보다 소통이 더 중시된다는 점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홍익대가 대대적인 컨설팅을 받는 데는 위기의식이 영향을 미쳤다. 이재호 기획연구처 부처장(법대 교수)은 “대학은 많은데 학생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어 대학들은 어떻게든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대학 행정을 선진기업형으로 혁신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홍익대는 이를 통해 교육과 연구을 제외한 학생 선발 업무 등을 아웃소싱 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대학들 사이에 경영혁신 바람이 불고 있다. 외국계 유명 컨설팅 회사들에 대학 경영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곳이 느는 것이다. 과거에도 컨설팅을 받은 대학은 있었지만 주로 ‘장기 발전계획’에 치중했다. 그러나 지금은 학생 서비스 개선이나 학생 선발 업무 아웃소싱 등 구체적이고 손에 잡히는 컨설팅을 원하는 곳이 늘고 있다.

◇개혁 목표 뚜렷한 컨설팅 바람=올 5월 두산그룹에 매각된 중앙대는 6월 매쿼리에 컨설팅을 받았다. 두산그룹의 주문은 대학 구성원과 소통하는 방법을 찾아 달라는 것이었다. 중앙대 법인사무처 김동철 차장은 “(두산이) 기업 마인드만 있지 대학에는 문외한이라 필요했다”며 “교직원 의견을 경청해야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고 말했다.

중앙대는 또 세계적 인사 컨설팅 회사인 머서에 교직원 평가와 교수 연봉제, 연구 평가 지표에 대한 컨설팅도 맡겼다. 4개월 동안 진행된 작업은 이달 끝난다. 김창수 기획조정실장은 “교직원이 학생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평가하고 개혁하는 게 초점”이라며 “평가를 통해 성과급 등을 차등지급할 예정이어서 직접적 영향을 받는 교직원의 관심이 쏠려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도 9월부터 머서에게 공무원 비중이 큰 직원 조직에 대한 진단을 받고 있다. 과거에도 재정 등에 대한 컨설팅을 받은 적이 있지만 더 구체적인 인사 조직 개혁을 목표로 컨설팅을 맡긴 것이다. 향후 법인화를 준비하는 의미도 있다.

◇사학진흥재단도 지원 나서=사립학교들의 비영리 공익법인인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올 4월 경영컨설팅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이에 삼육대가 제2캠퍼스운영과 특성화 방향에 대해 KPC(한국생산성본부)·씨큐아이컨설팅 컨소시엄에게 10월까지 컨설팅을 받았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이태우 대리는 “삼육대는 2006년 4년제 대학과 전문대가 통합한 학교라 시범 사업 대학으로 선정됐다”고 말했다. 사학진흥재단은 71개 사립대 설문조사 결과 향후 3년 내 컨설팅 도입을 희망하는 대학이 40개교로 56.3%에 달하는 점을 감안해 비용을 지원할 계획이다.

그러나 대학을 기업 마인드로 접근, 무리한 구조조정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교직원 노조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임창희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대학 구성원 의견을 수렴하며 진행하면 된다"며 “컨설팅을 통한 아웃소싱 추진 등은 결국 대학 고유 업무인 교육과 연구에 집중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컨설팅 무용론도 있다. 진단을 받아도 보직 교수가 금방 바뀌는 대학에서 실질적 개혁을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김삼호 연구원은 “DJ정부 중반 이후에도 대학 컨설팅 바람이 불었으나 수억씩 쓰고도 실제 대학 운영에 반영됐는지 확인된 적이 없다”며 “향후 컨설팅도 어떻게 대학에 영향을 미칠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백일현 기자


※자료: 한국사학진흥재단

◇컨설팅 사업에 대한 대학의 호응도(7점 만점 기준)

※전국 71개 사립대 조사(2008.5) ※자료: 한국사학진흥재단

[J-HOT]

▶ "삐라, 막기어렵다" 발뺌하는 통일부장관

▶ 김미려, 지상렬과 스캔들? "술 사준다고 해서 인천 갔다가…"

▶ "팔아도 걱정" 밀려오던 일본 자동차 멈칫

▶ 이재오, 진수희 미국으로 '긴급 호출' 왜?

▶故정주영 회장 지시로 시작…'현대스리가' 아시나요

▶ 불면·우울증 등 갱년기 증상에 좋은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