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32.한국의 작곡가-작곡동네 4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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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했다고 해서 모두 같은 스타일의 작품을 쓰는 것은 아니다.작곡가들끼리는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해 주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그래서 마음 맞은 사람들끼리 모인 군소 작곡가 동인이 늘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의 작곡가 집단을 분류하면 크게 네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이같은 구분은 음악양식의 공통점 외에도 세대간의 차이를 반영한다. 첫째,조성음악(서양의 고전.낭만음악)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청중과의 소통을 추구하는 작곡가들.가령김동진의.가고파',최영섭의.그리운 금강산',김연준의.청산에 살리라'등 가곡 작곡가들이 여기에 속한다.기법적으로 볼 때 보수성향을 띠고 있지만 방송이나 무대에서 가장 널리 연주되고 있다(작곡가 최영섭씨는.그리운 금강산'1곡만으로 한국음악저작권협회로부터 매달 2백만~3백만원을 받는다).
둘째,작곡법이 현재 서양의 수준과 동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작곡가들.70년대 이후.음렬음악'을 교과서처럼 지키면서 다소 난해한 현대적 기법을 구사해왔다.서양의 작곡계 흐름에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활발한 국제교류를 벌 인다.강석희(姜碩熙.서울대).백병동(白秉東.서울대).나인용(羅仁容.연세대).박준상(朴俊相.중앙대).장정익(張正翼.서울대).창악회.미래악회.아시아작곡가연맹등 대부분의 작곡가 그룹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우리 나름대로의 시각으로 자생적인 음악양식을 추구하려는작곡가들.이건용(李建鏞).유병은(兪炳垠).강준일(姜俊一).황성호(黃聖浩).허영한(許英翰)등 산조(散調)를 서양악기로 옮기거나.노래운동'의 예술적 가능성을 모색하면서 제도 권에 운동권과교류의 물꼬를 터온.제3세대'가 여기 속한다.
넷째,아직 집단적 결속력을 보이지는 않지만 대중음악과 실용음악에 대한 오랜 금기에서 해방돼 영화음악.방송음악.무용음악은 물론 광고음악.대중가요에도 관심을 보이는 30대 이하 신세대 작곡가들.뉴미디어 시대에 걸맞은 전천후 작곡가로서 폭넓은 경험을 쌓기 위해 음악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있다.그러나 이들은 일찌감치 제도권과 결별을 선언하고 대중음악 분야로 진출,작곡계의 전반적인 기후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미지수로 남아 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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