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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학생사랑 그린"러브 발라드" 쓴 도쿄대생 아스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아스나 미즈호(亞州奈 みづほ.23.필명)는 한뼘도 모자란 구석이 없는 일본의 튀는 신세대다.후지그룹의 임원인 아버지와 법조인 어머니를 둔 그녀는 현재 도쿄(東京)대 경제학과 4학년.하지만 전공과는 별도로 대학의 록그룹에서 리드 보컬로 활약했고 극단(劇團)의 일원으로 1년6개월을 보냈다.도요타승용차 TV광고모델.입시전문잡지 컨설턴트.음악방송 디스크자키등으로 이미 사회에 얼굴을 알린 팔방미인이기도 하다.하지만 .한국 사랑'에 빠져있는 것은 여느 신세대와 판이하게 다른 점이다.
일제시대 관료를 지냈던 외할아버지가 외할머니와 3년간 한국에체류했던게 그 첫 인연.여기에 자신의 한국.중국등 아시아지역 문화에 대한 관심까지 겹쳐 그 애정은 더 깊어졌다.
대다수 일본 젊은이들이 미국.유럽에 집착한 것과는 차원을 달리했던 셈이다.“한국의 문화는 일본과 비슷하면서도 이질적이어서묘한 끌림이 있습니다.영화.서편제'에서 받은 감동이 아직까지도지워지질 않아요.요즘엔 서태지.클론에 젖어 삽 니다.” 이처럼그의 한국사랑은 현실적이다.
94년 미국연수 길에 만난 한국유학생과의 사랑은 그녀에게서 지울 수 없는 아련한 추억이었다.결국 그녀는 그것을.러브 발라드'라는 소설로 펴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사실(fact)에 근거한 허구(fiction),즉 팩션(fact ion)을 완성한 것으로 보면 된다.
미국유학중인 한국남학생과 일본여학생의 사랑이 아름답게 그려진이야기다.소설적 완성도를 떠나 그것은 한.일간의 마음속 앙금을씻어내지 않고서는 언제까지도 반목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에서 이례적인 로맨스를 그려낸 것.필 콜린스의 러브 발라드.에브리데이' 가사를 소설 곳곳에 흘려놓고 있는 것도 사랑의 느낌을 더욱 애절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그러나 지금 그 한국학생과의 연락은 끊긴 상태여서 실제 사연은 더 안타깝다.
그런 한국사랑은 그녀로 하여금 지난해 아사히(朝日)신문이 주최한 광복50주년 기념 한.일교류 논문 공모에서.한.일교류의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글로 일본측 최우수상을 받도록 하는 기폭제가 됐다.그래선지 한.일간 현안에 대해 철저히 한국편이다.옛조선총독부 건물을 죄악의 상징으로 간주,해체당위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문화 개방에 대해서만은 안색을 바꾼다.“부모세대의 미움이.이유있는 증오'였다면 우리 세대의 반감(反感)은 서로를 잘 모르는데서 비롯된 것입니다.서로 알게 되면 좋아하게됩니다.서먹함을 깨는데 문화보다 좋은 매체가 있을까 요? 일본대중문화에 한국의 것이 잠식당한다는 주장은 수긍할 수 없습니다.” 서로를 알아야 비교연구가 가능하고 그게 결국엔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평생 아시아 다른 나라의 문화를 일본에,또 일본문화를 아시아에 전달하는 전령(傳令)이 되는 것이 그녀의 꿈.그래서 그녀는목청만 높이는 일본의 신세대와는 달리 조용하지만 영향력있는 소설작업을 통해 자신의 소리를 담아낼 작정이다.연 극.영화를 통해 자신의 표현을 극대화하는 것은 또다른 미래의 꿈.
□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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