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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유통업계 큰손 아줌마 지갑을 열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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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사모님 마케팅
마사 발레타 지음, 정윤미 옮김
부표, 448쪽, 1만8000원

 한낮 백화점 식당가에 가보라. 삼삼오오 밥 먹고 있는 우리네 어머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들 옆에 쇼핑 백이 놓여있는 건 당연한 풍경이고, 어떤 테이블엔 큼지막한 가방들만 눈에 띈다. 쇼핑보단 요가·요리 같은 문화센터 수업을 들으려 온 까닭일 터다. 어쨌거나 그들의 점심 수다는 십대 소녀들 못지 않다.

이 책은 이런 한 장면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돈벌이 포인트로 짚어준다. 일단 여자가 쉰 살 쯤 되면 아는 건 집안 일밖에 없고, 젊은 한 때나 그리워한다는 선입관은 버리란다. 그들은 더 이상 ‘칙칙한 아줌마’가 아닌 당신 앞에 놓인 ‘블루 오션’이다.

책에 등장하는 각종 통계는 50~70세까지 미국 중년 여성의 왕성한 구매력을 보여준다. 그들이 자동차·외식·컴퓨터 등에 쓰는 돈은 25~35세 여자들에 비해 20~100%까지 많다. 더 이상 교육비에 부담이 없고 어느 정도 자산을 갖췄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은 가정 지출의 80%를 결정하는 ‘재정 장관’이기도 하다.

돈 문제만이 아니다. 여성에게 ‘중년’이란 가족을 돌봐야할 의무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의 즐거움을 만끽할 전환점이다. 취미 활동을 시작하거나 지금껏 소원했던 친구들과의 관계도 끈끈해진다. 돈과 시간의 여유는 최고의 선물이다. 다시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그들 다수의 대답은 그래서 이유가 있다.

이론을 마쳤다면 ‘실전’으로 들어가자. 사모님들의 지갑을 어떻게 열어야 할까. 우선 성적(性的) 차이점을 공략한다. 가령 여성은 남성보다 이타적이라 사회공헌·환경보전에 힘쓰는 기업을 선호한다. 또 주변 정보에 민감해 상품의 입소문이나 사용후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광고 전략도 바꿔야한다. 화장품·속옷을 팔며 무조건 젊은 모델을 쓰다간 실패할 확률이 높다. 중년은 전형적인 미의 기준보단 자연스러운 주름에 더 호감을 주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 밖에도 ‘그들을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게 하지 마라’ ‘자잘한 사은품보다 무료 수강 쿠폰을 줘라’ ‘재미난 팸플릿을 만들어라’ 등을 일러준다. 저자는 전편 『여자에게 팔아라』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번에는 ‘중년’을 공략했다. 곧 중년이 되는 미국 베이비붐 세대를 근거로 삼았지만 국내 시장에 적용해도 무리가 없을 듯싶다.

이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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