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주식 이틀 연속 순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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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외환 딜러들이 가장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 건 외국인 투자자들의 ‘셀 코리아’가 언제 멈출지다. 30일 원-달러 환율이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 소식으로 급락했지만 향후 환율의 움직임은 외국인들의 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서만 33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주식 판 돈을 달러로 바꾸는 과정에서 환율이 급등한 것이다.

물론 외국인들은 지난해에도 24조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당시 환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올 들어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면서 국내에 달러가 부족해졌다. 대신 국제 원유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필요한 달러는 많아졌다.

외국인이 주식을 조금만 팔아도 환율이 급등할 수밖에 없었다.

황창중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외국인 주식 순매도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의미 있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30일 215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전날(88억원)에 이어 이틀 연속 순매수다. 물론 하루에 6000억원씩을 순매도했던 것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팔자’에서 ‘사자’로 바뀐 데 의미가 있다는 게 황 센터장의 판단이다.

그러나 당장 외국인 순매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이번 통화 스와프로 한국 경제에 대한 외국인들의 불신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석태 한국씨티은행 부장은 “외국인 투자자의 ‘팔자’ 행진은 일단 멈췄지만 그렇다고 대규모 ‘사자’로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들어 환율이 급등한 데엔 외국인들이 주식에 이어 채권을 처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8월 7100억원, 9월 4조7000억원어치의 채권을 사들였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30일까지 6조4000억원어치를 팔았다. 본사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주식에 이어 채권까지 던진 것이다. 이런 채권시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9일 1조2800억원에 달했던 외국인들의 채권 순매도는 30일 1220억원으로 줄었다.

이경빈 신한은행 과장은 “주가와 원화 가치가 급등하자 외국인들의 채권 매도도 크게 줄었다”며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3%포인트 이상 높기 때문에 외국인의 채권 매도 규모는 갈수록 줄 것”으로 내다봤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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