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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진의 서핑차이나]중국의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시안(西安)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8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 공항 제3터미널을 출발한 중국국제항공 CA1231편은 1100㎞의 거리를 두 시간 남짓 날아 역사의 고도 시안셴양(西安咸陽) 비행장에 2008 한중 언론교류 프로그램 한국측 참가자들을 내려놓았다.

13개 왕조의 수도로 알려진 시안은 부강한 한나라와 성세의 당나라라는 강한성당(强漢盛唐)의 풍취를 짙게 풍기고 있었다.
우선 찾아간 곳은 강한(强漢)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한나라 4대 황제인 경제(景帝, B.C. 188-141)의 능인 한양릉(漢陽陵)이었다. 한무제(漢武帝)의 아버지로 중국 역사상 태평성세로 이름 높은 문경지치(文景之治)를 펼친 황제의 능이다. 한양릉은 1990년 시안-셴양 공항고속도로를 닦다가 발견됐다. 비교적 최근인 2006년 3월에 세워진 한양릉 박물관은 중국 최초의 현대화한 지하유적 박물관이다. 한양릉에는 본 묘 주위에 수 많은 갱도 가운데 한 곳을 발굴하여 최신 기술의 유리벽과 유리복도를 설치해 놓았다. 관람객은 발 밑의 유리를 통해 출토된 각종 도용(陶俑)과 출토 문물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한양릉에서 볼 수 있는 진흙 인형들은 진시황 병마용과 다르게 사람의 1/3 크기에 불과했다. 한 경제의 검소함이 자신의 무덤을 만드는데도 그대로 반영됐다고 안내원은 설명했다.

한양릉을 나와 진시황의 병마용을 향했다. 진시황의 병마용은 사진으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실제 눈 앞에 펼쳐지는 수천의 진흙 병사들의 모습은 지금부터 2000여 년 전 당시의 중국의 국력을 현재의 후손들에게 마음껏 뽐내는 듯했다. 그 넓은 진시황릉 부지에 극히 일부분만 발굴했다 하니 그 전모를 과연 그들이 금세기 내에 발굴할까 궁금함이 발동했다.
병마용 부근의 화청지(華淸池)는 성당(盛唐)의 모습을 보여주기엔 부족한 느낌이었다. 도리어 화청지에 자리를 잡고 옌안(延安)의 공산당 홍군을 토벌하려던 장제스(蔣介石)의 숙소와 그를 압류해 2차 국공합작을 유도한 장쉐량(張學良)의 서안사변 유지가 눈에 들어왔다. 당시에 생긴 총구라는 표지가 선명한 유리창(사진)은 중국 현대사의 거물 마오쩌둥, 장제스, 장쉐량이 중국의 정가운데인 중원에서 중국의 패권을 두고 다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었다.
우리를 안내한 신화사 섬서(陝西)분사 외사처 직원은 저녁에 성곽 남쪽에 인접한 극장식 식당 양광리두대극원(陽光麗都大劇院)에서 펼쳐지는 ‘대당악무(大唐樂舞)’ 공연으로 안내했다. 시안 특산 먹거리라는 중국식 만두 자오즈로 식사를 마치자 당나라 번성기 때 궁중에서 펼쳐지던 공연을 재현했다는 춤과 음악 공연이 한 시간 반에 걸쳐 펼쳐졌다. 성당의 콘텐트를 현대적으로 재현하여 상업화에 성공한 무대였다. 1층 홀과 2,3,4층 객석으로 구성된 식당은 마치 유럽의 오페라 극장에 온 듯했고, 무희들의 공연은 규모는 비록 작았지만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의 한 단락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했다.
성당의 파워는 다음날 올라간 장안성곽의 동남측 성문인 장락문(長樂門)에 올라서 느낄 수 있었다. 현재 남아있는 시안 성곽은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이 지은 것이다. 높이 12m, 넓이 12~14m, 전체 길이 13.7㎞로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 당나라 때의 장안성곽은 현재보다 더 넓었다 하니 당시 세계 제국 당의 위용이 어느 정도였을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다음에 찾아간 대안탑(大雁塔)은 180척 64.5m 높이의 5층 전탑이다. 당 현장(玄?)법사가 천축에서 불경을 가져온 것을 기념하여 세운 탑이다. 바로 시안이 실크로드의 시작이자 종착지임을 알려주는 상징물이다.

현대중국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인류학자인 페이샤오퉁(費孝通)이 종종 들렸다는 식당 이커우샹(一口香)에서 시안 특색의 국수로 시안에서의 1박2일 여정을 마치고 상하이로 가기 위해 공항으로 돌아가는 동안 가을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찾은 중국 여러 도시의 사람들은 모두 자신감에 찬 모습이었다. 인민망에서 조사한 ‘포스트올림픽 시대, 올림픽은 우리에게 어떤 재산을 남겨주었나’라는 질문에 63.04%의 네티즌이 민족자신감이라고 답했다. “중국인에게 있어 이상은 미래를 지향해 탐구되는 것이 아니고 현실의 바탕 위에 ‘상정된 과거’의 실재에서 얻어지게 되어 있다”고 민두기 교수는 말한바 있다. 특히 시안은 국가적 프로젝트인 서부대개발의 출발지이자 강한성당이라는 옛 영광을 현재에 재현하려는 당국의 노력이 결합된 도시다. 중국의 과거와 미래가 겹쳐지는 중추도시 시안을 우리가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할 이유는 바로 과거를 중시하는 중국인이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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