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타 否認서 후퇴 '말바꾸기'에 급급-民事 법정 선 심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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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기의 재판'끝에 무죄 평결로 풀려났던 OJ 심슨이 22일(현지시간) 다시 민사법정에 섰다.세기의 재판 2라운드격인 이번 재판은 심슨 입장에서는 형사재판보다 훨씬 더 어려운 .관문'이다. 배심원의 대다수가 백인인데다 피고가 유죄임을 입증시키는 기준이 형사재판때보다 덜 엄격하기 때문이다.그러나 무엇보다그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형사재판때와는 달리 직접 신문에 응해야 한다는 점.
실제로 이날 심슨은 원고측 변호인의 송곳같은 질문에 진땀을 흘리며 전전긍긍했다.원고측 변호인은 우선 그가 피살된 전처 니콜 심슨을 구타했는지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심슨은 처음엔 살인은 물론,전처를 구타하거나 손찌검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지만 원고측 변호인의 집요한 추궁에 곳곳에서말을 바꿨다.
89년초 사진에 드러나 있던 니콜의 입술부분 상처가 그의 구타 때문이 아니냐는 말에 형사재판에서는“반점을 지우려다가 생긴흠집인 것같다”고 밝혔으나 이날은“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것같다”고 후퇴한 것이 한 예.
또 목의 상처부분에 대해서도“절대로 때린 일이 없었다”는 주장에서“내손이 어쩌다 (니콜의)목을 스쳤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구타라는 용어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했던 것에서“(니콜에게)나의 의지를 물리적으로 관철시키려한 것같다”고 표현하는등 수사학의 절정을 보였다는 평들이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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