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택의 펜화기행] 괴산 화양구곡 암서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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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국립공원 내 화양구곡에서 가장 아름다운 금사담(金沙潭)의 높은 바위 위에 자리잡은 암서재는 우암 송시열(1607~1689)이 노년(1666년)에 지은 서재입니다. 전면 세 칸, 측면 한 칸 반의 작은 집이지만 높은 곳에 앉아 금사담을 내려다보는 자태에서 그의 호방함이 느껴집니다.

송시열은 조선 후기 통치사상인 성리학을 재정립한 당대 최고의 학자였습니다. 또한 노론의 거두로서 효종과 함께 북벌을 주장하는 등 정치의 중심에 있었습니다. 힘이 장사였다고 하는데 숙종 15년 장희빈이 낳은 아들을 세자로 책봉하려 하자 여든두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앞서서 반대하다 사약을 받고 죽을 만큼 성품이 강직하였습니다. 암서재는 방 두 칸에 한 칸 반짜리 낮은 누마루를 둔 소박한 형태입니다. 집 앞에 두른 철제 난간과 우측의 대문은 근래에 세운 것이라 빼고 그려 옛 모양을 되살렸습니다. 암서재에 앉아 화양천 맑은 물이 큼직큼직한 바위 사이에 푸른색으로 고였다가 하얗게 부서지며 흐르는 모양을 보노라면 모래가 금가루 같다고 해서 붙인 금사담이란 이름이 마음에 쏙 듭니다.

건너편 산속에 도롱이를 쓴 사람처럼 생긴 바위기둥이 있는데 이름이 특이하게 첨성대랍니다. 이 첨성대가 남자 성기처럼 보인다는 분도 있다니 인품에 따라 보이는 것도 달라지나 봅니다. 옆에는 채운암이란 전망 좋은 절이 있습니다. 주지스님의 마음이 넓어 쉬어가기 좋은데 공양주 보살이 없어 끼니는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됩니다.

"금강산 남쪽에서 제일가는 경치"라고 하듯이 화양구곡에는 계곡을 따라 경천벽.운영암.학소대 등 아홉 곳의 절경이 늘어서 있습니다. 차량 운행이 금지되어 있으니 걸어서 구경하다 보면 건강도 좋아질 것입니다.

김영택 한국펜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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