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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不實지질조사가 부실施工 낳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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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예전에는 건설회사의 사후 안전관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설계및 시공단계에서 지질조사가 미흡하게 이뤄졌다.이 결과 과거에 이뤄진 각종 건설구조물의 안전성이 최근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국내의 중요한 대규모 건설공사가 지질 조사 미흡으로중단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이는 국가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굴업도 핵폐기물 처리장 부지에 활단층이 존재한다는것이 밝혀짐으로써 사업 자체가 전면 취소됐고,경부고속철도 상리터널에서는 공사중에 폐광이 뒤늦게 발견돼 노선변경이 불가피해졌다. 각종 건설공사에 지질조사는 필수적이고 지질조사가 모든 설계의 기본 자료인데도 현재 지질조사는 토목에서 가장 낙후된 분야의 하나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첫째,지질조사에 대한 인식 부족이다.외국에서는 총공사비의 2~3%가 지질조사에 투자되고 국내는 0.05~0.2%로 매우 낮다.국내에서는 공사 발주처가 지질조사 비용을 쓸데없는 낭비로 인식해 조사비용을 가능한 한 최소화하려 한다. 설계단계에서의 지질조사는 시추지질조사.지표지질조사.지구물리탐사등에 의한 자료를 종합 판단해야 하는데 대부분 시추조사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이나마 몇차례의 하도급으로 시추결과가 더욱 부실하게 돼 실제 큰 문제를 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
시추조사는 지반의 한 지점에 대한 국부적 자료일 뿐이므로 전반적인 지질상태를 파악하는 지표지질조사가 필요한 것이다.또 전반적인 지질상태를 X레이처럼 투시할 수 있는 첨단 지구물리탐사방법도 외국에서는 보편적으로 적용되지만 국내에서 는 거의 무시되고 있다.결국 부실한 지질조사가 잦은 설계변경으로 이어지고 결국 부실시공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지질조사에 대한 전문인력 부족이다.지질조사는 지질과 토목 관련지식을 함께 갖춘 지질공학 기술자가 수행하고 자료를 종합 분석해야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그러나 국내에서는지질조사가 단순한 기능공에 의해 수행되는 경우가 많다.또 토목공학과나 지질학과에서도 인식부족.미흡한 교과과정등으로 건설회사가 필요로 하는 수준의 지질공학 기술자를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실정이다.
이에따라 설계회사나 시공회사.감리회사에도 숙련된 지질공학 기술자가 없어 조사.설계.감리를 대충 하고 있다.
이와함께 본인은 「지질공학도」작성이 시급하다는 것을 주장하고싶다.영국.미국.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대도시.개발예정인 폐광지역을 대상으로 지질공학도를 사전에 작성한다.이는 이제까지 시추조사한 자료와 개발자료등을 분석한 것이다.
이제 국내에서도 늦은 감은 있지만 2년 예정으로 서울의 지질공학도 작성을 시작했다.기타 대도시와 폐광 인근의 지질공학도도하루 빨리 작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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