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새출발 새인생-집념의 재기投 LG 김건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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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코치,잘던졌어.』 LG 천보성감독은 15일 진주에서 가진롯데와의 훈련경기에서 2이닝을 던진 김건우를 아직도 「코치」라고 불렀다.선수들도 아직은 「건우형」이 아닌 「김코치님」으로 불렀다. 4년만의 현역복귀.
본인조차 낯설어했던 분위기속에서 등판하자마자 연속 3안타를 맞은 김은 곧바로 4연속 탈삼진을 기록,재기의 가능성을 보였다.최고구속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속 1백38㎞.『백이면백,심지어 아내까지도 복귀를 반대했어요.』 선린상고와 한양대 시절 화려한 아마추어 경력과 함께 프로에 발을 디딘 86년 신인왕에 올랐던 김은 87년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했다.이후 무려6년간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으나 다친 오른팔꿈치의 후유증때문에무려 4개의 포지션(투수. 3루수.좌익수.1루수)을 전전한 후93년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그러나 미련만은 항상 남아있었다.올들어 팔꿈치 통증이 씻은듯사라지자 재기의욕이 다시 불끈불끈 솟아오르기 시작했다.구단에서실시한 근력테스트에서도 상체 힘은 팀내 최고였다.
지난 9월 자신의 복귀의사를 밝힌뒤 88㎏이나 나가던 체중을두달사이 79㎏까지 줄였다.
『선수복귀가 실패로 돌아가면 코치로 다시 기용된다는 보장도 없으니 저로선 인생을 건 모험이지요.』 김건우는 자신의 모험이후배들에게 현역시절의 소중함을 알게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도 갖고 있다.
천감독은 『김코치의 집념이 후배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칭찬하고 후배 투수 차명석은 김건우의 투구를 지켜본뒤 『어떻게 아직도 저런 공을 던질 수 있느냐』며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교통사고전 김건우는 투타에 능한 「야구천재」였다.내년이면 교통사고를 당한지도 10년째.아직은 재기의 성공여부를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집념만으로도 김건우는 잔잔한 감동을 자아내고있다. <진주=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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