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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왼손…타율 1~5위 모두가 왼손잡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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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적과 김진표는 그룹 '패닉'의 첫 앨범 '달팽이'에서 '왼손잡이'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라고.

그들은 세상의 고정관념을 깨고 싶은 반골 기질을 왼손잡이로 상징했다. 사실 왼손잡이는 사회생활하는 데 여러모로 불편하다. 많은 규칙이 오른손잡이에게 유리하다. 그러나 스포츠, 특히 야구에서 왼손은 '축복'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사이에선 "좋은 왼손투수가 있으면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도 왼손잡이가 12일 현재 각종 부문 순위 상위권에 올라 있다. 타격 1~5위가 모두 왼손잡이다. 투수 중 방어율.탈삼진 1위 이승호(LG)와 다승 1위 레스(두산) 역시 왼손잡이다.

전체 야구선수 중 왼손잡이 비율은 일반인들보다 월등히 높다. 올 시즌 프로야구 등록선수 480명 중 우투우타는 358명이고 스위치 히터를 포함, 왼손을 쓰는 선수는 122명으로 25%에 달한다. 그러나 올 초 한국갤럽이 국내 성인 1500명을 면담조사한 결과 순수 왼손잡이 비율은 고작 4%였다.

왼손잡이가 야구에서 유리한 이유는 경기 특성과 희소성 때문이다. 왼손 타자는 오른손 투수의 공을 오른손 타자보다 좀더 오래, 잘 볼 수 있다. 또 오른손 타자보다 1루가 가까워 내야 안타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 현재 타격 5위(0.356) 김기태(SK)처럼 원래 오른손잡이였으나 왼손 타자로 바꾼 경우도 있다.

왼손 투수는 오른손 투수보다 1루 견제가 쉽다. 특히 왼손 투수는 뛰어난 왼손 타자가 많은 팀과의 경기에 약방의 감초처럼 기용된다. 양준혁.박한이.오리어리.강동우 등 좌타자가 많은 삼성 타선은 올해 상대팀 왼손 투수가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1무8패로 눌렸다.

현역 시절 뛰어난 왼손 선수였던 박노준 SBS 해설위원은 "좌타자는 좌투수를 많이 만나지 않기 때문에 적응이 힘들다. 그러나 좌투수 공을 잘 밀어칠 수 있다면 좌익수 쪽으로 쉽게 안타를 만들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타격 1위 이진영(SK.0.408)은 오히려 좌투수 상대 타율(0.450)이 오른손 오버핸드 투수 상대 타율(0.380)보다 높다.

*** 4경기 오늘 더블헤더

한편 12일 예정된 네 경기는 모두 비 때문에 취소돼 13일 오후 3시 연속경기로 치러진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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