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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후원회 이용 로비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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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안경사협회 뇌물로비사건」 파문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인 후원회를 통한 로비성 음성자금을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중앙선관위는 후원회제도가 음성자금을 합법화하는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치권에 보강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해말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후원금 명세를 반드시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정해진 계좌를 통해서만 입.출금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후원금의 출처를명확히 하고 흐름을 투명하게 하자는 취지였다.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이 의견을 무시해버렸다.
이번 사건의 경우 안경사협회로부터 수천만원의 돈을 받은 여당의원들은 이 돈이 『영수증을 발급한뒤 받은 후원금』이라며 합법을 주장했다.검찰도 같은 해석이다.그러나 그 돈이 로비성 자금인지에 대해선 전혀 검증되지 않고 있다.
후원회의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한다.
◇실태=요즘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삼거리에는 「의원 후원의 밤」을 적은 5~6개의 현수막이 들어차 있다.의원들은 한해 정치자금의 대부분을 이런 식의 후원회 행사로 모으고 있다.
신한국당 모의원은 지난달 단 한차례 후원의 밤 행 사로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모금했다.이날 행사에는 정부 장.차관은 물론 이름있는 기업체 임원들이 행사장을 메웠다.
의원들이 후원회를 통해 걷는 돈은 「야당의 경우 초선 5천만원,재선 7천만~1억원,중진 1억원 이상」이고 여당의원들은 그2~3배라는게 정설이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당비.후원금.기탁금.보조금등을 정치자금으로규정하고 있다.이중 의원들에게 해당하는 것은 후원회가 거의 유일하다. 정치자금법은 의원들이 후원회를 통해 연간 1억5천만원까지 조달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선거가 있는 해는 두배인3억원까지 허용되고 모금한도의 1.5배까지 거둬 다음해로 이월해 쓸 수 있다.
◇문제점=이번 사건에서도 보듯 후원회제도의 가장 큰 구멍은 돈의 출처와 성격을 추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정치자금법에는 청탁.알선용 자금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성이 없다.
우선 돈의 수입단계에서의 검증이 불가능하다.법에는 영수증처리를 하게 돼 있지만 후원회 행사때 접수창구를 독점한 의원측이 돈을 빼돌린다 한들 이를 차단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특히 익명기탁이 보장돼 있다.
국민회의 K의원은 『후원금을 내는 사람들중 익명처리를 당부하는 사람이 꽤 된다』며 『극단적으로 의원과 뜻만 통하면 신고하지 않아도 그만인 셈』이라고 말했다.실제 모의원은 선관위 신고액이 1억원이었지만 행사 참석자들 사이에선 『2배 는 족히 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특히 후원회를 통한 모금액의경우 선관위에는 개인과 법인별로 단순히 총액만 신고하게 돼 있다.자세한 내역서는 사후 문제가 될때만 법원 영장으로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은닉 통로가 열려 있 는 셈이다.
◇대책=최한수(崔漢秀.건국대)교수는 『후원회의 후원인 명단과납입액이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숙명여대 정요섭명예교수도 『정치를 부패로 인도하는건 정치자금 조달방법에 달렸다』며 『정치자금의 흐름을 투명화하기 위한 법 개정 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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