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말고 '사진쟁이'라 불러주세요" 유병용씨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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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병용씨 제공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것들만 찍어서 그런가요. 늘 젊어지는 느낌이고 세상 사는 일이 즐겁고 신나요.”

환갑이 내일 모레, 정년을 코 앞에 두고 있는 나이였지만 그는 유난히 동안(童顔)이었다. 30여 년간 은행원으로 살았지만 또 다른 이름 ‘사진쟁이’로 살았기에 그렇지 않나 싶었다.

외환은행 경기도 김포 지점장ㆍ서울 논현동 지점장을 거쳐 현재 외환은행대외협력본부 부장으로 재직중인 유병용(57)씨가 29일~11월 3일 서울 충무로 후지포토살롱에서 사진전 ‘62×99㎜’을 연다. 유씨는 은행에서 일하며 서울과 인천 등 주요 갤러리에서 수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이번 전시는 15번째다. 비싼 카메라 대신 장난감 같은 즉석 사진기로 찍은 1200여점의 사진이 전시될 예정이다. ‘62×99㎜’는 즉석 사진기로 찍어낸 사진의 크기를 뜻한다.

“이번 전시의 컨셉트는 ‘디지털에 대한 도전’입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수정이 가능하잖아요. 이런 사진들이 과연 진실한가 하는 의문에 사로잡혔습니다. 즉석 사진은 기교를 부릴 여지도 없고 변형이나 복제도 안 되지요. 사진가의 감성과 테크닉만이 필요합니다.”

유씨는 특별한 장소나 화려한 풍경이 아니라 꽃이나 벽 등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렌즈에 담는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점심 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명동 구석구석을 누볐고 주말이면 홍대나 신촌, 동숭동 등을 오가며 도시의 일상을 담았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사진 속에 세상을 담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최신식 고가 카메라에 익숙해진 관객들의 반응이 사뭇 궁금하네요.”

전남 법성포 태생인 그는 어린 시절 집 앞에 있던 사진관이 그렇게 신기해 보일 수 없었다. 1971년 외환은행에 입사해 첫 월급으로 카메라를 산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에 빠져들었다. 취미 삼아 찍은 장미는 외환은행 행화(行花)로 500여 지점에 액자로 걸렸고 1996년 토론토 현지법인 근무 당시, 한국에서 초대전으로 열었던 '체(體).BODY' 작품으로 토론토 시청 앞에서 열린 예술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토론토 국영방송 PD가 저를 보고 ‘세상에. 동양인으로 시청 앞에서 누드 사진을 전시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다’라며 혀를 내두르더군요. 하긴 까만 머리 동양인이 누드를 전시하니 ‘참 특이한 놈’ 했겠지요.”

그의 사진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은 거리 사진가 필립 퍼키스였다. “‘머리 속에 든 생각이 점점 빈약해질 수록 사진의 크기는 점점 커져 간다’는 그의 말이 내내 가슴을 울렸어요.”

앞으로더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렌즈에 담을 것이라고 했다. “평범한 일상이 가장 진실된 세상 풍경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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